브라질, 불법조업에 318억원 벌금 폭탄 … 한국은 1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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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장·선원 9명 전원 구속 서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이청호 경사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중국 청다웨이 선장과 선원 8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15일 인천지법에서 열렸다. 심사를 마친 청 선장이 인천해경으로 가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선장 등 9명은 이날 전원 구속됐다. [인천=연합뉴스]

1억원과 318억원. 한국과 브라질이 불법조업에 매기는 벌금(최고 금액)의 차이다. 우리가 꼬집는 수준이라면, 브라질은 철퇴로 내리치는 데 비할 만하다. 우리는 7000만원이던 것을 이달에야 1억원으로 올렸다. ‘벌금 폭탄’으로 불법조업을 뿌리 뽑겠다는 게 브라질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다음주 초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중국 선원들의 해상 폭력을 억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지난 12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이청호 경사 피살 사건을 계기로 내놓는 고강도 대책이다. 해경의 장비를 보강하고 중국 어선들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벌금 추가 인상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불법으로 얻는 수익보다 단속에 걸렸을 때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을 체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법조업을 한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경의 단속에 걸려도 남는 장사를 해 왔다. 해경 관계자는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침범해 조업한 중국 어선들은 평균 2000만원을 내고 풀려났지만 돌아가 어획물을 팔아 얻는 수익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 한 척이 보름간 우리 수역에서 조업을 한 뒤 얻는 수익은 평균 2000만~1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제해양법에 따라 벌금만 내면 단속한 정부가 어획물을 몰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 동북해안의 어촌에선 서해로 출어하는 선주들이 ‘벌금 계(契)’를 드는 일도 있다고 한다. 우리 벌금이 그 정도로 만만하다는 방증이다.

 외국 선박의 불법조업에 시달리는 브라질 등이 벌금 폭탄을 때리는 이유는 ‘기대 손실’을 키우기 위해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무허가 조업엔 ‘26억원 이하의 벌금이나 6년 이하의 징역(상대국과 합의 시)’, 금지도구 사용엔 ‘1억5600만원의 벌금이나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엄중하게 다룬다. 스페인은 무면허 조업에 최고 4억6000만원을 물리며, 5년 이내 다시 적발된 경우에는 불법조업으로 얻은 이윤의 5배까지 벌금을 매긴다. 프랑스도 최고 1억1000만원의 벌금 외에 어획고 100㎏당 231만원을 별도로 부과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벌금을 무겁게 하기만은 어렵다. 과중한 벌금을 피하려고 중국 선원들이 단속에 더 극렬히 저항할 수도 있다. 중국(8800만원 이하)과 일본(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이 우리와 함께 경쟁적으로 벌금을 높일 개연성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부작용을 고려하면서 불법 조업 및 폭력행위 단속의 효과가 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의 총기 사용 매뉴얼도 개정된다.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중국 선원들이 흉기로 저항하면 접근 단계에서부터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선할 생각”이라며 “서남해 경비 함정을 하루 6척에서 9척으로 늘리고 해상특수기동대원을 군 특수부대 경력자로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총기를 적극 사용한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선원들을 제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애초에 영해를 넘어올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초기대응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고(故) 이청호 경사 유가족에 대한 종합 보상대책을 마련해 즉시 시행키로 했다. 금전적 지원(일시불 3억7600만원, 월 276만7000원)과 주택지원, 배우자의 취업 알선, 자녀들의 대학 졸업까지 등록금 지원과 졸업 후 취업 알선 등이 골자다.

인천=유길용·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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