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부겸(경기 군포·3선·사진) 의원이 15일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지(死地)’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대구는 여태껏 민주당 정치인들이 한번도 당선되지 못한 곳이다. 같은 당 정장선·장세환 의원의 총선 불출마에 이은 ‘기득권 포기 시리즈 제3탄’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품에서 잔뼈가 굵었고 3선까지 했으니 이제 무언가 돌려줄 차례”라며 “고향에서 민주당의 마지막 과제인 지역주의를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 30년간 일당 독식의 아성을 총선·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회견 내내 “죽기를 각오하고” “이빨 깨물고” 같은 표현을 쏟아냈다.
-왜 대구로 출마하나.
“정장선·장세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
-승산이 있다고 보나.
“이긴다. 한국 정치를 바꿔놓겠다.”
-지역구는.
“일단 대구에 간다는 원칙만 정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 출마 가능성도 거론한다. 그와 가까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대구는 어디든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박 전 대표가 총선에 또 출마한다면 우선적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의원은 연초로 예정된 야권 통합신당 지도부 경선에도 출마할 예정이다. 당권 도전에 앞서 ‘명분 있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민주당에선 4선의 장영달 전 의원이 원래 지역구인 전북 전주 완산 갑 대신 경남 의령-함안-합천 출마를 공식화했고, 서울 광진 갑 재선 의원 출신인 김영춘 최고위원은 13일 부산 진 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여기에 김 의원까지 대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영남권 공략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안방을 버리고 승부처로 지역구를 옮기려는 중진 의원들도 늘어날 조짐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네 번 당선된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대신 서울 종로 출마를 결심했다. 김효석(전남 담양-곡성-구례) 의원은 서울 강서을 출마가 점쳐진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역구(경기 안산 단원 갑) 불출마를 선언했던 천정배 최고위원은 서울 강남권에 도전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의 ‘대구 출마’ 선언으로 당 중진들의 결단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원보·위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