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성 깨겠다” 김부겸, 대구서 출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김부겸(경기 군포·3선·사진) 의원이 15일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지(死地)’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대구는 여태껏 민주당 정치인들이 한번도 당선되지 못한 곳이다. 같은 당 정장선·장세환 의원의 총선 불출마에 이은 ‘기득권 포기 시리즈 제3탄’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품에서 잔뼈가 굵었고 3선까지 했으니 이제 무언가 돌려줄 차례”라며 “고향에서 민주당의 마지막 과제인 지역주의를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 30년간 일당 독식의 아성을 총선·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회견 내내 “죽기를 각오하고” “이빨 깨물고” 같은 표현을 쏟아냈다.

 -왜 대구로 출마하나.

 “정장선·장세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

 -승산이 있다고 보나.

 “이긴다. 한국 정치를 바꿔놓겠다.”

 -지역구는.

 “일단 대구에 간다는 원칙만 정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 출마 가능성도 거론한다. 그와 가까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대구는 어디든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박 전 대표가 총선에 또 출마한다면 우선적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의원은 연초로 예정된 야권 통합신당 지도부 경선에도 출마할 예정이다. 당권 도전에 앞서 ‘명분 있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민주당에선 4선의 장영달 전 의원이 원래 지역구인 전북 전주 완산 갑 대신 경남 의령-함안-합천 출마를 공식화했고, 서울 광진 갑 재선 의원 출신인 김영춘 최고위원은 13일 부산 진 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여기에 김 의원까지 대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영남권 공략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안방을 버리고 승부처로 지역구를 옮기려는 중진 의원들도 늘어날 조짐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네 번 당선된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대신 서울 종로 출마를 결심했다. 김효석(전남 담양-곡성-구례) 의원은 서울 강서을 출마가 점쳐진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역구(경기 안산 단원 갑) 불출마를 선언했던 천정배 최고위원은 서울 강남권에 도전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의 ‘대구 출마’ 선언으로 당 중진들의 결단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원보·위문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