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컨슈머리포트 1년 … “싸고 좋은 와인 골라주는 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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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와인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뿐 아니라 유통업체의 판매 지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1~11회 와인 컨슈머리포트의 1위 와인을 모아 연말까지 판매하는 이마트의 ‘1위 와인전’ 모습.

“한 달에 한 번 중앙일보 와인 컨슈머리포트가 발표되는 날이면 상위 와인 물량을 추가 확보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동이 나 소비자들 항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롯데마트 이영은 와인 상품기획자(MD)의 말이다. 와인 컨슈머리포트가 나가면 그 결과에 따라 와인 구매가 몰린다는 소리다. 와인 선택 길라잡이인 와인 컨슈머리포트가 지난해 12월 13일 중앙일보를 통해 처음 발표된 이후 생긴 와인 소비 풍속도다. 이영은 MD는 “중앙일보의 와인 컨슈머리포트를 와인 판매 직원 교육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와인소매 전문업체 와인나라와 중앙일보는 이번 왕중왕전을 제외하고 지난 1년간 11차례의 리포트를 통해 모두 1085종의 와인을 비교 평가했다. 백화점·대형마트·와인전문숍 같은 판매 업체들은 평가 상위에 오른 와인에 표지를 붙여 소비자들이 와인을 고를 때 참고하도록 했다. 이마트는 1~11회 1위를 했던 와인들을 모아 판매하는 ‘1위 와인전’을 연말까지 벌이고 있다.

 와인 애호가인 정덕주 서해대 전산세무회계과 교수는 “와인 컨슈머리포트는 싸고 좋은 와인을 소개해주는 친절한 가이드”라며 “와인 초보자뿐 아니라 매니어층에도 이 같은 인식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와인나라와 중앙일보는 리포트를 기획하며 평가의 공정성에 중점을 뒀다. 와인은 수입사로부터 제공받지 않고 직접 구입해 평가를 했다. 수입사의 입김을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임원진 등 전문가 30명과 평소 시음회에 자주 참석하는 애호가 30명으로 평가단 인력 풀을 구성하고, 매회 그중 30명 안팎의 인원이 시음회에 참여하도록 했다. 세계적인 와인 품평가인 미국의 로버트 파커와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입사 관계자들이 평가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으나 참관은 하도록 허용했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평가인지 직접 와서 보라는 의도였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단단한 틀을 만들었다고 자부하지만, 그래도 리포트가 처음 나갈 때는 잡음이 일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첫 회 평가에서 와인나라 계열 수입사들의 와인이 하나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며 “공정성 시비가 싹 사라질 결과였기 때문에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털어놨다.

 와인나라와 중앙일보는 내년부터 계절별 제철 음식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와인을 골라 추천하는 등 평가 방법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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