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샹하이 눈

중앙일보

입력

코믹 액션스타 청룽(成龍.46)이 서부영화에 도전했다. 일단 제목부터 기존 서부영화를 의식한 게 분명하다.

마을주민으로부터 배척받는 고독한 보안관을 그린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하이눈(1952)〉이 연상된다. 작품에서 청룽은 장 웨인으로 나온다. 서부영화의 영원한 스타 존 웨인을 모르고 지은 이름은 아닐 것.

청룽은 이 영화로 "동양에 대한 할리우드의 편견을 씻고 싶었다" 고 밝힌 바 있다. 악당.창녀.술꾼으로 그려지는 동양인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오다. 〈홍번구(96)〉, 〈러시 아워(98)〉의 흥행성공에서 붙은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

백인들이 장악했던 서부영화 주인공을 그가 맡았다는 점이 그 첫째 증거. 그러나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미국 문화의 영향 탓인지 그의 의도는 제대로 살아난 것 같지 않다.

첫 장면은 1881년 중국 자금성. 중국 공주가 미국으로 납치되자 근위대원 장 웨인이 구출대원으로 미국에 급파된다. 그리고 현상범으로 쫓기고 있던 총잡이 로이(오웬 윌슨)와 우연히 동료가 돼 공주를 구해낸다는 줄거리다.

작품 중간에 장 웨인이 인디언 추장 딸과 결혼하는 해프닝도 끼어든다. 결국 장 웨인과 공주의 결합으로 끝나는 해피 엔딩이다.

총격신.격투신 등 액션도 볼 만하지만 작품 사이사이에 녹아든 장 웨인과 로이의 갈등, 즉 피부색.문화차이에서 빚어지는 대립이 잔잔한 재미를 준다.

반면 모든 것이 화해와 웃음으로 끝나는 마지막에 가선 지금까지의 긴장이 맥없이 풀어지는 분위기다. CF감독 출신 톰 다이의 데뷔작. 원제 Shanghai Noon.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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