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밌는 미술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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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휴가를 떠나고 도시에 남은 사람들은 무료하다. 이럴 때 하루쯤 짬을 내 방학을 맞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화랑을 찾아가보면 어떨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한적하게 그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미술작품의 제작기법과 의미를 배우면서 상상력이 자라나고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도 보탤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녀들이 조금 떠들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분위기라면 금상첨화.

이런 조건을 갖춘 기획전이 있다. 서울 갤러리 사비나에서 1~27일 열리는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전이다.

평면·입체·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중견.신진 작가 18명의 작품을 하나씩 선정했다. 특히 '미술에 대해 배운다' '미술을 통해 배운다'는 교육적 개념에 맞는 것을 고른 것이다.

색채를 분석하고, 시선의 방향에 따른 상이한 형태감을 느끼며, 우리 전통사상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기호의 이미지를 반복해서 만든 새로운 문자, 기계부품을 조립해 만든 작품 등을 보면서 변형과 진화에 대한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오전 11시30분과 오후 4시30분에는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해준다. 예컨대 강흥구의 합성사진 '나는 누구인가'는 유명연예인의 이미지에 작가의 얼굴을 합성한 작품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실재와 허구를 융합하는 사진합성기법을 알아볼 수 있다.

김동유의 '두개의 이미지'는 왼쪽에서 보면 누워있는 사람, 오른 쪽에서 보면 걸어가고 있는 표범이 나타난다.

시선에 따라 같은 현상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물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게 한다.

이광호의 '침묵의 세계'는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거울을 통해 반사되는 시선을 수수께끼를 풀듯 복잡하게 나타낸 이 작품은 실재의 반영이 환영으로 바뀌는 현상을 나타낸다.

이희중의 민화풍의 그림 '시간여행'을 보면서는 십장생·신선사상·노장사상 등을 배울 수 있다.

실크스크린 기법의 판화 위에 입체작업을 덧붙인 여동헌의 '행복한 나라로의 여행'에서는 판화의 색분해와 색구성 방법을 알아볼 수 있다. 고낙범·권오상·김창겸·김형석·배준성·박영근·정복수·반미령·윤동천·최우람 등의 작품도 소개된다.

어린이뿐 아니라, 그림을 '어렵고 먼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어른들도 재미있게 감상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적인 전시다.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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