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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기울어져요” 불안한 평리6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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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구시 평리6동 속칭 새동네 주민 안순자(56)씨가 옆 집과 붙다시피한 옥상 난간을 가리키고 있다. 안씨는 “집을 지을 때 50㎝가량 떨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간격이 5㎝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반 침하로 집이 기울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새동네에 사는 400여 가구(2000여 명) 중 절반가량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대구시 서구 평리6동 주민 안순자(56·여)씨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쉰다. 2층 양옥이 기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씨는 1991년 밭으로 사용되던 땅 142㎡(약 43평)를 사 집을 지었다. 하지만 6∼7년 전부터 마당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흙을 채우고 시멘트를 발랐지만 다시 금이 가고 꺼졌다. 지금까지 10㎝가량 내려앉았다고 한다. 집도 기울어 50㎝ 정도 떨어져 있던 옆집 옥상 난간과의 폭이 5㎝에 불과하다. 옥상 등에 금이 가면서 주방과 거실 벽에 물이 줄줄 샜다. 안씨는 “지난해 1200만원을 들여 옥상 방수공사 등 집수리를 했지만 이젠 무너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평리6동의 서평초교 맞은편 지역(일명 새동네)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벽 등에 금이 가고 기울어지는 곳이 많아서다. 30년 전 조성된 비위생 쓰레기 매립장 위에 집이 들어섰기 때문이라는 게 주민 주장이다. 하지만 대구시와 서구는 “쓰레기 매립장 지역이 아니다”며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11일 집회를 열고 대구시와 서구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새동네는 1989∼92년 조성됐다. 대구시가 논·밭 지역(자연녹지)인 이곳을 87년 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대구지역균형발전연구원과 주민들은 이곳이 81년부터 83년까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고 주장한다. 22만㎡의 매립장 위에 800여 가구(주민 2000여 명)가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새동네에 들어서자 벽에 금이 간 집들이 눈에 띤다. 양옥 처마가 기울어져 쇠파이프로 고정해 놓은 곳도 있다. 비스듬하게 기운 전봇대도 많다. 주민들은 “어떻게 쓰레기 매립장 지역을 주거지역으로 바꿔 건축허가를 내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건강 문제도 제기한다. 흐린 날이면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머리·목·눈이 아픈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주민 이행자(52·여)씨는 “땅 속 쓰레기가 썩을 때 나는 유독가스가 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와 서구의 견해는 다르다. 시가 조성한 비위생 매립장(평리·이현매립장)은 새동네에서 북쪽으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다. 매립장은 81년부터 2년간 운영됐다. 이곳에는 현재 염색공단이 들어서 있다. 매립장 지역이 아닌 만큼 주거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인근 주민이 새동네에 쓰레기를 몰래 버렸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주택 균열 등은 쓰레기가 원인인지 부실 건축 때문인지 정밀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연구원 백승정(59) 원장은 “최근 새동네의 도로공사 현장 지하에서 쓰레기가 다량 발견됐다”며 “대구시와 서구청은 주민 건강검진과 주택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권삼 기자

◆비위생 쓰레기 매립장=침출수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매립장을 말한다. 대구에 평리·이현, 대곡, 율하, 대암 등 네 곳이 있었지만 1990년 대구위생매립장이 문을 열면서 폐쇄됐다. 대곡매립장은 수목원으로, 율하매립장은 공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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