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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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호 42면

월요일. “멀리서 구하지 말고 가까이에서 찾을 것.” 나는 마감 때만 되면 우울해진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결국 모차르트를 죽인 것은 마감 독촉이었다. 나도 마감 때문에 인생을 마감할 것 같다. 마감이 닥쳤는데 아직 글감도 찾지 못했다면 나는 절망에 빠진다. 그럴 때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어진다. 그러니 가족이든 동료든 그저 닥치는 대로 팔아먹는 것 쯤은 일도 아닌 것이다. 마감 때문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나도 마감에 쫓기지 않으면 글감을 멀리서, 아주 멀리서 구할 텐데.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화요일. “몸은 고되지만 보람은 있다.” 신 팀장과 함께 지하철 광고 실사를 나갔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버스 한두 정거장 거리는 걸어 다녔다. 어디까지나 땅 위에서 말이다. 기관지가 예민해서일까? 나는 지하라면 질색한다. 시인 김지하만 빼고.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 발작을 일으킨 적도 있다. 그 후로 가능하면 지상으로 다니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지하철 광고 실사를 지상에서 할 수는 없다. 2호선 마흔세 개 지하철 역사를 돌아다녔다. 위치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사진을 보고 알았다. 너무 가까이에서 찍은 광고물은 다 비슷해 구분이 가지 않는다.

수요일. “식사는 혼자 하지 말고 여럿이 함께할 것.” 사무실 앞에서 혼자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오전에 미팅 갔다 오니 다들 점심식사 하러 나가고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다. 혼자 가도 민망하지 않은 식당이 주변에는 없다. 혼자 햄버거를 먹었다. 저녁은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일찍 퇴근했다. 그날따라 약속이나 한 것처럼 큰 녀석은 친구 약속이 있어 나가고 아내도 저녁 약속이 있어 늦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저녁은 건너뛰고 내일 아침을 가족과 함께 먹어야겠다.

목요일. “웃으면 복이 온다.” 웃었다. 웃기지 않아도 웃었다. 슬퍼도 웃었다. 왜 사느냐고 물어도 웃었다. 저녁에는 둥굴관에서 복을 먹었다.

금요일. “아무리 바빠도 아침을 거르지 말 것.” 두 달 전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새벽 여섯 시 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출근준비를 서두르는데 아내가 아침을 차린다. 학원 늦다고 말해도 막무가내다. 죽이다. 죽이니까 안 먹을 수 없다. 아내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먹어야 한다. 후루룩 마시려는데 죽이 너무 뜨겁다. 죽을 마시는 것은 죽을 맛이다. 앞으로 나는 뜨거운 죽을 삼켜 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찬사라도 기대하는 얼굴로 맞은편에 앉아 죽 맛이 어떠냐고 묻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토요일. “일이나 모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듯.” 창권 아재는 나보다 서너 살 위인 집안 아재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아재를 따랐다. 아재는 노래를 잘 불렀다. 『한국노동문제의 구조』 같은 책을 들고 다니던 대학생 아재가 기타를 치며 김민기의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멋졌다. 그 아재가 모처럼 소주나 한잔하자고 문자를 보내왔다. 몸이 말을 안 들었지만, 몸이 하는 말을 들어야 했지만 나는 달려 나갔다. 아재를 따르니까. 술자리에는 아재의 친구, 후배들이 많았다. 아재를 따르는 사람은 나 말고도 너무 많았다. 나는 술자리 내내 아재가 메고 온 배낭처럼 앉아 있었다. 힘껏 웃으며.

일요일. “인생은 즐거워.”



김상득씨는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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