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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모집에 합격한 딸이 2% 부족한 얼굴 고쳐달란다…불안하고 켕기는 부모 마음 알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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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어제로 각 대학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합격의 환희도 잠깐이다. 일부 부모, 특히 딸 가진 부모들은 진작부터 속앓이를 해왔다. 합격의 영광으로 어머님, 아버님께 기쁨을 안겨드렸사오니 대신 2% 부족한 이 얼굴을 손보게 해달라는 보챔 때문이다. 매년 고교 졸업식마다 여학생들끼리는 서로 얼굴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는데. 심지어 개그콘서트 ‘애정남’ 코너에서도 시술과 성형의 차이에 대해 “얼굴이 바뀌면 시술, 인생이 바뀌면 성형”이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는데.

 그러나 돈도 돈이지만 혹여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켕기는 게 부모 마음이다. 실제로 올해 초 정부의 국장급 고위 간부가 횡액(橫厄)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명문대에 합격한 딸이 성형수술을 받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필요해서 한 수술이었지만 잘못되는 바람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그러니 어떤 병원을 고를지도 겁이 난다.

 의료법의 모순 때문에 성형외과를 전공하고 전문의 자격을 딴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는 1400여 명인데, 전공이 아니면서 성형을 하는 의사는 그 3배다. 병원 간판이 ‘홍길동 성형외과 의원’이면 제대로 공부한 의사이고 ‘홍길동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면 본래 전공은 다르지만 성형외과 간판을 내건 의사다. 그러나 일반인이 알아차리기는 어려운 법이다. 몇몇 대형병원의 물량공세·과잉수술도 문제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어떤 대형병원은 탤런트 겸 영화배우 A씨(여)에게 성형수술을 해주고 수술 사실을 홍보하는 조건으로 3억5000만원을 제공했다. 거꾸로 “수술 받아주셔서 황송합니다”라며 거액을 준 것이다. 과잉 마케팅의 부담은 고스란히 애먼 일반 환자 몫이다.

 우리나라 성형시술 수준은 세계 최고다. 그러나 박 터지는 경쟁판이라 강남에서도 한두 명이 운영하는 성형외과 중에는 실력이 좋아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들이 있다. 일부 의사들은 체면 불구하고 중국에서 ‘보따리 장수’를 한다. 임시면허를 받아 중국 의사 수가의 2배를 받고 시술한다. 세계 최고 인재들을 국내 좁은 시장에 가둬두지 말고 밖으로 쭉쭉 뻗어나가게 정책으로 뒷받침할 길은 없을까. 성형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의 성형 욕구는 기성 사회가 부추겼다고 본다. 20대 초·중반이면 가정환경·학력 등 다른 조건들은 이미 바꿀 수 없다. 키도 그렇다. 그나마 사회 진출 전에 바꿀 수 있는 게 얼굴이니 거기에 매달린다. 누구를 탓하겠나. 그럼 너는 어떠냐고? 견적이 워낙 많이 나올 듯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연식(年式)이 좀 됐다고 다들 얼굴에는 주목조차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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