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았다 하면 사법처리 … 임실 4번째 군수마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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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강완묵 임실군수

“이미 군수 세 명이 낙마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중도하차 하는 것 아닙니까. 민선 출범 이후 역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두 사법처리당하는 첫 케이스로 전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상황이니…. 자식들 부끄러워 어디 낯을 들고 다니겠소.”

 8일 전북 임실군민들은 “비참하고 창피해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측근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강완묵(52) 임실군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8400만원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군수직을 잃게 된다. 강 군수 측은 이날 "1심 재판 결과를 받아 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임실군에서는 이전에도 군수 3명이 잇따라 사법처리를 당했다. 1995년 민선 첫 군수로 뽑힌 이형로(75)씨는 2000년 11월 쓰레기매립장 부지 조성 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체의 부탁을 받고 일부 서류를 임의로 꾸며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군수직에서 물러났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번째 민선 군수였던 이철규(71)씨는 2003년 8월 관사에서 사무관 승진 청탁과 함께 9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됐다. 이철규 전 군수의 중도하차로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진억(70) 전 군수는 현재 수감 중이다. 상수도 확장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을 주는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2007년 7월 구속됐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임실은 군수들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돈다. 군수들이 이처럼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것은 유달리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혈연·지연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월 말 현재 임실군의 전체 인구는 3만300여 명. 이 중 19세 이상 유권자는 2만6100여 명이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00여 명으로 전북 도내 14개 시·군 중 노인 비율이 가장 높다.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임실에서는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돈봉투를 돌리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특히 선거철이면 5만~10만원씩 주고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또 김씨·이씨·심씨 등을 중심으로 한 집성촌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지역별로는 임실·관촌·오수 등으로 나뉘어 선거 때마다 지역대결 양상으로 흐른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파벌이 형성되고 흑색선전과 음해가 판친다. 이런 맞물림 속에 선거판이 돈으로 혼탁되고, 낙마하고 다시 보궐선거를 치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주민 김모(57)씨는 “선거가 거듭될수록 불신만 쌓이게 됐다”며 “지역 내 각종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실=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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