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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부동산, 시장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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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엊그제 발표된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방안’은 올 들어 여섯 번째 나온 주택시장 대책이다. 그만큼 시장의 상황은 어렵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지난해 1.7% 하락한 데 이어 올해 11월까지의 상승률이 0.7%에 불과하다. 2009년 이래 3년간의 소비자물가와 주택가격을 비교하면 수도권 주택의 실질가격은 약 10% 하락했다. 주택가격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니 너도나도 전세를 찾아서 전세가가 급등하고 물량이 부족하다.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경기 사이클을 통해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 및 이에 바탕을 둔 투자가 보상을 받고, 잘못된 예측이나 과도한 탐욕이 제재를 받으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낭비 요소를 줄인다. 섣부른 정부 개입은 이런 조정과정을 훼손해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쉬우므로 항상 신중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경우에도 단지 가격이 떨어진다거나 그 여파로 관련 업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 개입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떨어져야 할 이유가 있으면 떨어져야 하고, 관련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힘을 다하면서 그 과정을 견디어내야 한다.

 시장의 조정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믿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부 대책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한다. 우선 대책의 제목이 ‘안정화’나 ‘활성화’가 아니라 ‘정상화’라는 데 주목한다. 김대중 정부까지만 해도 양도소득세는 1가구 1주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되 더 많은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양도차익에 대해 일반적 소득 과세에 준하는 세금을 내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주택은 더 이상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암묵적 전제하에 다주택자에 대해 징벌적 세율로 세금을 부과했다. 비상상황에 대응한 비상조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비상상황이 지나간 지 한참 지난 시점에서 중과세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택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또는 건설업계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조세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들도 재건축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진행을 늦추어 가격상승을 막아보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공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언제 가격이 급등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다. 재건축 시장에 자본이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결과다. 12·7 대책은 주택시장을 왜곡하던 제도들을 폐지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면 12·7 대책의 결과 주택시장이 크게 활성화될까? 아마도 단기적으로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왜곡된 제도를 정상화하는 것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경제여건이 더 나아지고 매수 수요가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부산을 중심으로 광역시의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는데, 그 배경에는 지난 5, 6년간 주택공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가격도 오르지 않았다는 이력이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도권 주택의 실질가격은 3년간 하락했다. 어느 시점에서 주택매물이 부족하고, 가격도 싸다고 느껴질 때가 올 것이고 시장은 상승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다. 그때 정부가 다시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엉뚱한 제도들을 재도입할 유혹을 뿌리칠 수 있기를 바란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