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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만 남긴 용인 정보산업단지

중앙일보

입력

최근 주거환경 보존을 위해 주민들간에 그린벨트 지정 청원과 ‘땅 한평 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대지산 자락 5만평이 무리한 개발계획으로 파헤쳐진채 2년째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있다.

27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일명 대지고개 부근. 산 중턱부터 아래까지 7백m 정도 5만여평이 시뻘겋게 맨 땅을 드러내고 있다. 1998년 8월부터 자금난에 부닥쳐 공사가 중단된 용인 정보화산업단지 부지다.

이때문에 지난 22일 내린 집중폭우 때 인근 아파트단지로 토사가 밀려가 피해를 내기도 했지만 용인시 등은 속수무책이다.

◇ 공사 중단=용인 정보화 산업단지는 91년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응용 소프트웨어 업체 등 컴퓨터 관련 업체 71곳이 조합을 구성, ''한국의 실리콘 밸리'' 를 꿈구며 사업을 추진해왔다. 5만평의 부지에 2만6천평의 연구시설을 설치하는 계획이었다.

당시 1천억원의 사업비 중 정보통신부.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6백억원 지원을 약속, 95년 착공을 했으나 98년 IMF를 맞으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조합업체 대부분이 부도가 나 41곳이 탈퇴한데다 시공업체마저 부도가 났기 때문.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통부마저 50억원의 지원금을 회수했다.

◇ 인근주민 피해=정보화 단지와 맞닿아 있는 곳에 1천여가구의 아파트와 빌라촌이 들어서 있다. LG빌리지와 접해 있는 높이 5m의 옹벽 위로 거대한 토사더미가 쌓여 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실제로 지난 22일 내린 비로 토사와 바윗덩어리가 옹벽 위로 넘어와 이 빌라 정원 2백평을 덮쳤으며 다섯곳의 빌라 지하주차장.승강기 등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 어떻게 되나=조합측도, 용인시도 속수무책이다. 지금까지 2백억원을 투입한 조합측은 "공사를 재개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재원조달 방법이 막막하다" 며 손을 놓고 있다.

용인시는 "시로서도 공사재개만 종용할 뿐 달리 대책이 없는 상태" 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공사재개를 못할 경우 원상복구를 해야 하지만 5만평의 산을 복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 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李景宰) 교수는 "무리한 개발계획과 당국의 무책임이 불러온 또 하나의 환경파괴 사례"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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