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기술' 에도 반가운 엔젤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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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용 종이 골무,가변형 핸들 자전거, 다목적 변형 상자….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엔젤클럽 등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업체에는 소박하지만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생활 주변의 틈새 수요를 노리는 이런 사업 아이템들이 많이 접수된다.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정상봉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원천기술은 부족하지만 아이디어 제품을 신속히 만들어내는 중급 기술의 층이 두텁다" '면서 "첨단 제품 개발과는 별개로 우리가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도 적극 키워가야 한다" '고 말했다.

◇ 창의적인 아이템들〓바느질용 골무에서 힌트를 얻어 '식사용 골무' 를 고안한 안대영씨는 중진공의 자금.마케팅 지원을 받아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손가락에 기름기를 묻히지 않고 치킨.튀김.피자 같은 음식을 들 수 있는 위생 종이집게의 시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게 겉에 제품 광고를 넣어 광고 수익까지 기대한다.

관련 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자 安씨는 '크린캡' 이라는 제품 이름을 짓고 크린&크린코리아라는 회사를 차렸다.

안상길씨는 핸들을 여러 형태로 변형해 남녀노소가 탈 수 있는 자전거를 10년의 연구 끝에 개발, 중진공의 도움으로 시장에 내놓은 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핸들을 접으면 폭이 15cm에 불과해 승용차 트렁크에 넣을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부설 서울엔젤그룹의 백중기 사무국장은 "최근 접수된 사업아이템 중에는 버리기 아까운 게 많다" 고 전했다.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캠핑용 에너지 변환기가 그 중 하나.

전력 공급이 잘 안되는 벽지.섬 등에서 가스 버너 등의 열을 활용해 전등.라디오.녹음기 등 전기 제품의 전원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이다.

전국에 수십만개로 추산되는 포장마차에서 하나씩만 써도 사업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러 모양.크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변형 상자도 유망 아이템으로 꼽힌다.

소포를 나르는 택배업체들에 요긴해 미국 페덱스.DHL 같은 다국적 운송업체에 수출을 타진해 볼 만 하다는 것.

케이알은 콘크리트 무게 때문에 휘기 쉬운 교량용 신축이음장치의 성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에까지 입성한 경우. 꼭 첨단기술이 아니라도 '벤처' 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 밖에 다기능 테이블.특수설계 위생수저.초음파 렌즈세척기 등도 유망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 아이디어 도우미 많다〓예전엔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도 돈이나 경험이 없어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창업 지원제도와 창업투자시장.아이디어 거래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첨단 신기술 위주로 투자해 온 서울엔젤그룹은 B급 기술이라도 사업성이 보이는 틈새 아이템까지 엔젤 투자를 하기로 했다.

중진공의 홍보.창업지원센터와 신용보증기금도 이런 지원을 하고 있고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지원센터는 생계형 점포 창업에서 벤처창업 쪽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민간기업 중에도 아이디어플라자처럼 자금 조달.생산.판로를 개척해 주는 아이디어 보육 전문업체가 증가 추세다.

중앙일보.중진공이 지난해 7월부터 공동 운영하는 사이버 '아이디어 장터' 도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 정보를 교류하는 사이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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