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걷고 싶은 정겨운 거리가 있는 아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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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옥외광고학회장)

‘기분 좋은 변화, 활짝 웃는 아산’이라는 문구는 인구 27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아산시의 시정구호다. 처음 시정구호를 듣는 순간 그저 그런 의문의 미소가 들었다. 형식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시내 간판 정비 사업을 했던 온양시내 중심상권인 온궁로 300m 구간에 들어서자 내가 지은 의문의 미소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의 간판 개선 사업과는 무엇인가 다르지만 명확하게 나타낼 수 없는 묘한 정겨움이 흠뻑 배어 있었다. 인위적인 요소가 억제되고 절제되어 있었다. 간판 개선 사업의 가장 커다란 약점이 될 수 있는 획일성을 어찌 이렇게 잘 감추고 있는지 모르겠다. 간판 개선 사업의 획일성은 정체성을 없앤다. 간판은 정체성이 생명이다. 간판의 정체성은 내 가게를 다른 가게와 차별화하는 것이다.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면 간판을 할 필요가 없다. 아산시의 거리 개선 사업은 획일성이 있으면서도 지나치지 않아서 상점마다 정체성이 잘 묻어나 있다.

 아산시는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을 위해 2008년부터 연차적으로 간판개선사업을 실시했다. 2008년에는 온양시내 온궁로의 상점 간판 정비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온양온천역 광장 주변 점포, 2010년에는 온천대로인 온양역전에서 관광호텔 사거리까지 간판을 개선했다. 올해도 지식경제부 LED간판교체 공모사업에 참여해 아산시가 선정됨으로써 국비를 지원 받아 충무대로인 온양온천역에서 아산고 사거리까지 간판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산시의 간판개선사업이 순조롭게만 진행된 건 아니었다. 2008년 시작 때 주민 저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완강했다. 기존 간판을 철거하고 새로운 간판을 디자인할 때에는 점포주를 직접 만나 디자인을 상의해 점포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고 디자인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얻어 건물별·업종별로 특색 있게 간판을 디자인했다.

신규 간판은 건물 정면에 가로형 간판 1개(곡각지점은 2개)와 돌출간판 1개를 설치토록 기준을 정해 점포주의 완강함을 줄일 수 있었다. 현재 아산시의 아름다운 거리 조성이 성공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을 위해 완강함을 양보한 점포 주인과 이들을 설득한 아산시 담당공무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산시는 2009년에 ‘간판 개선 사업 만족도 설문조사’를 했다. 대상은 간판개선 대상자·비대상자, 시민, 공무원 384명이다. 응답자의 95%가 간판개선사업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98.9%는 아산시의 이미지 향상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비롯해 인근 타 시·군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왕래가 빈번하다. 아산시의 의지와 담당 공무원의 추진력 그리고 아산 시민과 점포주 모두의 노력이 ‘걷고 싶은 정겨운 거리가 있는 아산시’를 전국에 알리게 된 것이다.

김재영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한국옥외광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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