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타까운 소방관·경찰관의 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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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이시여/ 제가 출동 명령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중략) 신의 뜻에 따라/ 제가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제 아이와 아내를 돌봐 주소서// 시원한 물가에 나를 눕혀 주오/ 내 아픈 몸이 쉬도록 눕혀 주오/ 내 형제에게 이 말을 전해주오/ 화재는 완전히 진압됐다고.”

 1958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의 소방관 A W 린이 썼다는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의 일부다.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들을 구하지 못한 쓰라린 심정을 옮긴 글이지만 목숨을 걸고 일하는 소방관의 각오도 잘 드러난다.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 가구전시장 화재현장에서 이재만(39) 소방위와 한상윤(31) 소방장이 안타깝게 순직한 사건을 보며 떠오른 시다. 이들은 화재 진압 뒤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시민을 구하려고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건물 붕괴로 숨졌다. 소방관들이 얼마나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새삼 일깨워준 사고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6명의 소방공무원이 화재 등 각종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공무 중 순직한 소방관이 33명, 공상자는 1609명에 이른다. 한 해 평균 328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있다.

 경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 화천경찰서 상서파출소의 배근성(43) 경사는 4일 감전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하려다 감전돼 숨졌다. 이처럼 시민 안전을 위해 고되고 위험한 임무를 마다하지 않고 수행하다 숨진 분들은 우리 사회를 지키는 ‘의인(義人)’으로 숭앙(崇仰)받아야 마땅하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이들의 명예를 높이고 유가족을 예우해야 한다. 아울러 화재 진압이나 긴박한 구조활동 과정에서 사고를 줄일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3일 밤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우리는 긍지를 가져야 한다(중략)// 우리의 용기와 선택, 우리의 한 순간이/ 누군가의 생과 사를 가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같은 일선 공무원들이 이 글이나 ‘소방관의 기도’대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정부는 합당한 대접을 할 때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