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정상회담 결산] 한반도·IT 예상대로 수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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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다. 한반도.첨단 분야 정상회담이었다. 주요 8개국(G8) 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동북아 질서 문제, IT혁명.인간 지놈.유전자 조작 식품의 새 국제 룰 만들기를 놓고 머리를 싸맸다. 모두 새 조류에 관한 것이다. 회담에선 협조도 이뤄졌지만 이해관계에 따른 줄다리기가 만만찮았다.

한반도 정세는 전체회의와 양자간 회의 모두의 화두였다. 남북 정상회담 평가와 북한 미사일 문제는 그 두 축이다. 정상회담 평가를 담은 특별성명은 큰 성과다.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사일 문제는 막판까지 파문을 불렀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제안한 조건부 미사일 개발 중지가 그것이다.

미.일 양국은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요구했고, 미국은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 조기 개최를 촉구할 방침이다. 일본 언론은 이 문제를 이번 회담의 ''물밑 의제''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신 냉전 조짐마저 느끼게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 체제 저지 카드로 활용하려 했고,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를 차단하는 데 부심했다.

두 정상은 지역정세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1997년 보리스 옐친의 ''민주주의 체제'' 를 돕기 위해 러시아의 G8 편입을 주도했던 미국으로선 푸틴의 ''강한 러시아'' 의 벽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러시아와의 이해 조정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IT.인간지놈.유전자 조작 식품 분야에서도 일정 성과를 남겼다. IT헌장은 회담의 최고 성과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 분야에서 참가국들은 격렬히 맞섰다. 유전자 식품 거래에 관한 미국.캐나다와 유럽의 대립은 대표적이다.

미국은 "과학적으로 안전한 만큼 자유무역을 보증해야 한다" 고 주장한 반면 유럽은 안전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바이오산업.유전자식품생산업자(미국.캐나다) 와 소비자.시민단체(유럽) 의 대리전이기도 했다. 결국 양측은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인간지놈 연구 결과의 취급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특허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한데 반해 일본과 유럽은 인류공동의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IT분야와 관련해선 전자상거래 규제 방안을 놓고 미.일의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미국측은 기존 규제사항을 단순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반대했다.

그래서 일부에선 정상회담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G8 정상회담은 늘 ''추상론'' 으로 끝나고 구체성이 없다" 고 말한다. 말잔치로 끝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회담이 각국 관료 주도로 이뤄지는 데 대한 눈총도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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