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때 인증시험 준비해보자

중앙일보

입력

“중국어를 자주 듣고, 많이 말하고, 꾸준히 쓰고, 열심히 읽었어요.” 박인산군이 YCT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비결을 말하며 웃고 있다.

6년간 중국에 살다 10세때 한국에 돌아온 박인산(경기 호동초 6)군은 지난 3월 진행된 YCT(Youth Chinese Test·청소년중국어시험)4급에서 300점 만점에 296점을 받았다. 박 군은 그러나 말만 할 줄 안다고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한 덕분이죠.” 박군의 어머니 정은희(39·여·경기 의정부 호원동)씨도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어능력시험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군은 요즘도 매주 시간을 내 중국어 CD를 듣고, 원어민과 대화하고, 교재를 반복해 푼다. 정씨는 박군뿐 아니라 자매인 인랑(경기 호원중1)·예랑(경기 호동초 4)양에게도 YCT를 치르게 했다. YCT는 HSK(Hanyu Shuiping Kaoshi·한어수평고시) 준비 전 단계로 초등학생들이 많이 치른다. YCT 2~4급은 HSK 1~3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씨는 이번 겨울에 세 자녀의 중국어 실력을 한 단계씩 끌어 올릴 계획이다.

YCT로 기초실력 키운 뒤 HSK도전

 겨울방학을 이용해 인증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 최근에는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와 일본어, 한자, 한국사처럼 그 분야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YCT는 2007년 시행된 이후 꾸준히 접수인원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2만 여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YCT한국사무국 주현영 담당은 “과거보다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최근에는 6~7세 유치원생들도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와 관련된 시험은 급수 별 필수어휘를 모두 습득하고, 시중에 출시된 대비용 문제집을 활용해 대비할 수 있다. 영역별로 문제 유형을 파악한 뒤, 되도록 많은 문제를 풀어보면 도움이 된다. 회화시험도 문제 유형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중국어는 성조가 있고 발음이 어려우므로 가정에서만 공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 담당자는 “일정 수준이상으로 올라가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잘못된 발음이나 학습지도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흥미위주 학습 잡지 읽으며 실력 향상

 일본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 다락원 일본어팀 송화록 차장은 “JLPT(Japanese Language Proficiency Test·일본어능력시험) 수강생 중 전체 20~30%가 초·중·고생”이라며 “시험에 응시하는 중·고생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JLPT는 문자·어휘, 문법, 독해, 청해(듣기평가) 분야로 치러진다. 문자·어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한자의 정확한 의미까지 알아야 한다. 관용적인 표현을 묻는 문제는 매년 출제되므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 문법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표현을 정리하고, 문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독해는 지문 길이에 따라 설명문, 수필, 소설과 같은 종류의 글이 나온다. 지문을 읽을 때 주제를 간단히 메모해 두면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된다. 다락원 JLPT 박성길 강사는 “독해는 응시생 대부분이 어려워하는 분야”라며 “평소 다양한 독서를 통해 이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해(듣기평가)는 2010년 개편된 후 비교적 쉬운 분야로 평가 받고 있다. 박 강사는 “듣기가 약한 학생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반복해 듣고, 시험 유형에 따라 듣는 연습을 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 어려운 교재를 선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본어 학습 잡지부터 읽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처음 시험 치를 때는 한 단계 낮게 시작

 영어인증시험은 다른 시험보다 종류가 많아 선택하기가 까다롭다. 영어인증시험을 선택할 때는 국내용인지 국제용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계기준에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거나 영미권 유학·연수를 준비한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시험을 준비하면 좋다. 처음 시험을 치를 때는 어떤 시험이든 한 단계 낮은 등급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예상보다 점수가 높게 나오면 자신감을 키우는 기회가 되고, 다음 시험에서 성적 향상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시험문항의 난이도가 비교적 균일한 시험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난이도가 들쭉날쭉해 매달 시험 볼 때마다 점수의 폭이 크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영어인증 시험 중 하나인 iBT 토플은 영어의 4가지 읽기·쓰기·듣기·말하기 영역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독해는 동의어·반의어를 비교해 익히고, 비슷한 유형의 지문을 많이 읽는 게 도움이 된다. 듣기는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문 뉴스나 외국 사이트를 통해 현지 억양과 속도를 익히고 들으면서 받아쓰기 연습을 하면 좋다. 정철주니어 도곡직영캠퍼스 박경태 부원장은 “받아쓰기는 실제 시험에서도 허용되므로 모든 지문을 다 쓰기 보다는 들은 내용을 요약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분야는 ‘쓰기’다. 특히 컴퓨터로 작성해야 하므로 평소 연습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 박 부원장은 “시험 직전에 반드시 시간 안에 컴퓨터로 글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쓰기영역 중 듣기와 읽기를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영역에서 실수를 줄이려면 평소에 CNN과 같은 현지 방송을 활용한 듣기 연습과 영자신문 읽기를 꾸준히 해야 한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황정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