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품은 김승유…사회공헌 1000억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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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깨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계약 수정에 임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김승유(68·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을 만나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서에 서명하고 귀국한 직후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류하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무산설이 나왔던 5월 “애간장이 타면 얼굴도 까매진다는 걸 알았다”고 말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김 회장은 이날 “하나·외환 ‘투 뱅크’ 독립 경영체제를 가져가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인수된 뒤 거점을 잃었던 미국 시장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회공헌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론스타와 재협상을 통해 외환은행 인수가격을 6개월 전보다 4903억원 깎았는데 일부를 사회공헌사업에 쓰겠다”고 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저소득층·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공부를 돕게 하고 장학금을 주는 ‘드림소사이어티재단’을 생각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1000억원 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사’ 김승유가 외환은행 인수에 바짝 다가섰다. 2006년 3월 인수전에서 국민은행(나중에 계약 파기)에 밀린 지 5년8개월여 만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을 한 뒤 “그간 꿈꿔온 것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올 3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그의 ‘꿈’은 위기를 맞았다. 5월 금융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보류를 발표한 뒤에는 하나금융 주가가 하한가까지 곤두박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승부사 기질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7월 론스타와 협상을 통해 계약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이번 인수가격 재협상도 성사시켰다. 그는 재협상 타결 전날인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4조4059억원에서 4000억원을 깎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더 깎겠다”며 “내 목표는 ‘3’자를 받아내는 것(3조원대로 낮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그의 말처럼 원래 가격에서 4903억원을 내린 3조9156억원에 합의했다.

 론스타와의 재협상에서 그는 ‘국민 정서’를 최대 무기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금융도 부담을 나눠 져야 할 처지가 됐다. 우선 금융위로부터 인수 승인부터 받아야 한다. 론스타에 대한 국민 감정을 감안하면 간단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금융위 승인이 연내에 나지 않으면 론스타의 배당 문제가 또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는 “가급적 배당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연내에 승인이 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종 인수에 성공해도 조직 통합 역시 만만찮은 과제다. 그는 “외환은행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재배치는 없으며, 모든 것을 껴안고 가겠다”고 못을 박았다.

김선하·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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