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연대 성사 시킨 한광옥 “통합은 대세 … 기득권 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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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당 한광옥(69·사진) 상임고문이 최근의 야권통합 논의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당내 통합파에 힘을 실었다. 그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이 통합하라는 건 지난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국민이 내린 지상명령이자 시대적 대세”라며 “이 같은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게 정치인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말했다. 한 고문은 또 “현재 야권의 지상목표는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한 최상의 수단이자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

(김대중+김종필) 연대’를 성사시킨 막후 주역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데 이어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대표로서 국민경선제를 최초로 도입해 ‘이회창 대세론’을 넘어서는 데 기여했다. 야권이 승리한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핵심 역할을 맡았던 셈이다.

 동교동계 원로이자 DJ의 최측근으로 불린 한 고문의 발언은 민주당 내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동교동계와 구민주계 일부는 혁신과 통합 등 외부세력과의 선(先)통합에 반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 고문이 야권통합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향후 당내 역학구조 변화가 주목된다. 한 고문은 “동교동계를 포함해 당내 원로들 사이에도 이미 통합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동교동계 내부엔 민주당의 전통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 않나.

 “민주당은 누가 뭐래도 제1야당이다. 정통야당에 대한 자긍심과 전통은 지켜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게 중론 아니냐. 그렇다면 국민의 뜻에 따라 통합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 ”

 -통합 논의 과정에서 갈등도 만만찮은데.

 “통합은 자기 마음을 비울 때 가능하다. 서로 기득권을 버리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거다. 무엇보다 국민 마음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임재범이 자기 노래도 아닌 윤복희씨 노래로 뜰 수 있었던 것도 시청자들이 혼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야권통합정당에 대한 전망은.

 “DJP 단일화 협상을 1년간 지속할 때도 모두들 불가능할 거라고 했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유일한 길이란 DJ의 냉철한 상황인식이 결국 결실을 맺게 했다. 당분간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임하면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진보정당은 대통합을 거부하고 있는데.

 “통합이 대세인 만큼 진보정당과의 통합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 내년 총선 때까지 통합이 안 되더라도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위해 최소한 선거연대는 실현해야 한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 때 출마를 검토했지만 결국 뜻을 접어야 했다. 폐암으로 쓰러진 부인의 간호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한 고문은 “다행히 지난해 폐암 수술을 받은 아내의 건강이 많이 회복돼 제 마음도 한결 홀가분해졌다”며 “야권통합정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춰가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DJP 연대=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DJ) 당시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JP) 당시 자민련 총재가 대선후보 단일화와 대선 후 공동 정부 구성에 합의한 것을 일컫는 용어. 한광옥 전 의원과 김용환 전 의원이 양측 협상대표를 맡아 연대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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