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에 선 박태준 조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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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웨이산

2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 포스텍(포항공대·총장 김용민) 교내 노벨동산. 포스코 정준양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노란 천을 걷어내자 코트 차림에 중절모를 쓴 박태준(84) 포스코 명예회장의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면에 엷은 미소를 띠며 오른팔을 내민 전신상이다. 발 아래에는 ‘鋼鐵巨人(강철거인) 敎育偉人(교육위인) 朴泰俊(박태준) 先生(선생)’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3일 개교 25주년을 맞은 포스텍이 이 학교를 설립한 박 명예회장의 업적과 정신을 기린 것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입장에 따라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막식에 나오지 않았다. 아들 성빈(45)씨가 대신 행사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2일 포스텍에서 제막된 ‘청암 박태준 설립이사장 조각상’. [포항=공정식 프리랜서]

 조각상은 노자와 공자, 근대 중국 혁명가, 네덜란드 여왕 상(像) 등을 만든 세계적인 조각가 우웨이산(吳爲山·오위산·49) 중국조각원장이 맡았다. 그는 『박태준 평전』을 읽은 뒤 박 명예회장의 인간적 매력에 이끌렸다. 개인적으로 네 차례나 만나기도 했다.

 우 원장은 “박 명예회장의 창의성과 학교 건립 정신을 알고 나서 존경심이 생겼다”며 “광산이 없는 곳에 제철소를 만들 생각을 하고, 교육 없이 지속적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통찰력은 존경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 강철도시의 원대한 꿈을 지휘하면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의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1985년 개교한 포스텍은 올해 영국 ‘더 타임스’ 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피인용지수 분야 1위(아시아 지역)를 차지했다.

 우 원장은 이날 ‘깜짝 선물’로 박 명예회장의 흉상도 만들어 교내 도서관에 설치했다. 우 원장은 “설립자의 인생 자체가 한 권의 책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포항=송의호 기자
사진=공정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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