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사모펀드 출발부터 삐그덕

중앙일보

입력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식형 사모펀드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증시대책의 하나로 나왔던 이 제도가 당초 기대한 정책목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대한.현대 등 3대 대형 투신사는 금감원의 사모펀드 발매 허용에 따라 지난 20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으나 23일 현재 단 한건도 팔지 못했다.

사모펀드는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공모사채와는 달리 기업과 현금동원력이 있는 개인 등으로 고객이 한정돼 있어 예약 부진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가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매집하거나 1% 이상의 지분변동이 있을 경우 거래소나 증권협회에 보고해야 하고, 자사주로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주지 않는 등 M&A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증권 이혁근 마케팅부 차장은 "M&A에 대한 기존의 제어장치가 그대로 남아있어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이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며 "특정 우량종목을 절반까지 편입할 수 있는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가입이 활성화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주식형 사모펀드는 투신운용사가 1백명 이하의 투자가로부터 1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은 뒤 신탁재산의 50%까지 특정 종목 주식을 살 수 있는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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