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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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시작한 것은 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그나마 여성의 역할도 조금씩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성의 사회활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계층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역시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은 여성 창업자를 증가시키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활발하게 하며, 여성이라는 소비자군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인터넷 시대의 여성 창업을 주제로 하는 각종 세미나, 워크숍이 자주 열리고 있으며, 여성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적지 않다.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주부들의 인터넷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여성의 창업을 촉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100만 여성기업을 새로운 경제주체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정책의 중요한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성 벤처 기업의 창업 지원이다.

서울, 부산, 대구, 경북, 광주, 전남, 대전, 충남, 경기, 경남 등에 ''여성창업보육센터''를 설치해 여성 예비창업자에게 창업장소 및 창업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컨설팅 비용 지원, 선진국의 벤처 기업 및 유통센터 견학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기업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IP 및 전자상거래를 위한 사이버 마켓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 벤처 기업을 창업하는 데 있어 아직까지는 걸림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우울하기만 하다. ''현재의 벤처 붐을 더욱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 벤처 기업의 발굴 및 육성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관련 법규와 제도는 물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아래서 사회, 문화적으로 여성 벤처 창업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제약 요인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성이 기업을 경영하기에 육아문제와 가사부담 등 가정적인 문제는 물론 모든 인프라가 남성 중심으로 되어 있어 정보의 공유 등 한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 벤처인들은 ''여성 벤처 기업의 네트웍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차원의 배려''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청 벤처 기업 확인기업 가운데 여성이 창업자인 기업은 3%에 불과한 정도인데 특히 벤처 기업의 핵심인 엔지니어 중 여성을 찾기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여성들이 벤처 기업을 창업하는 데 있어 금융관련 제도 역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 여성 벤처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은행 대출이나 보험을 들 때 남성의 보증을 요구하는 등 아직 여성 기업인을 기업인으로 보는 법이나 제도적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창업보육센터를 늘리는 등의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이와 함께 여성 벤처 기업의 육성은 긴 안목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법이나 제도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는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하며, 여성 벤처 기업인 스스로도 누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성의 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면서 여성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을 통한 구매의 대부분은 여성의 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인터넷 구매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섰으며,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가전업체들은 ''인터넷 가전''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가전제품에 인터넷을 연결해 편이성을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주된 공략 대상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냉장고, 전화기, TV,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등 대부분의 주요 가전제품들이 유무선의 형태로 인터넷에 연결되어 기존의 기능에 정보제공 기능 및 휴대폰을 이용한 원격제어 기능까지 제공하는 인터넷 가전은 여성들을 인터넷의 가장 친숙한 파트너로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예상해 여성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활성화도 최근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거의 모든 포탈 업체들의 영업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 인터넷 가전의 보급을 통한 여성사용자의 구매 확대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유력한 방안으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 보면 지금은 벤처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 여성들에게는 시기적으로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에 남성들과 경쟁해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할 것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면서 ''피오리나형 여성''이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칼리 피오리나 휴렛패커드 회장의 이름을 딴 ''피오리나형''은 모험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전문성이 매우 높은 타입의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직책이 올라갈수록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업무수행 능력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직업의식이나 근로의욕 등 이른바 업무의식에서 남성이 우월하다''는 시각이 기업관리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여성을 성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해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여기서도 여성 지도자로 가장 각광받는 타입이 ''피오리나형''의 여성이다.

여성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그 말은 이미 낡은 시대의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 시대는 여성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가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 당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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