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방안의 모색' 포럼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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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대(對)북한 문제는 국내 정쟁(政爭)의 영역에서 분리해 초당적으로 운영하는 '공동지배' (콘도미니오)의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임혁백(任爀伯.48)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남북 통일방안의 모색' 를 주제로 열린 한국통일포럼(회장 백영철) 주최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나와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任교수는 "대북정책 또는 정상간의 합의사항은 초당적으로 지지돼야 하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켜져야 한다" 며 "야당 총재가 이를 보증해주어야 한다" 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북한은 (남한의)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고 말한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이 여야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任교수는 "(야당의 참여가 없으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래가 불확실한 합의사항을 충실히, 진지하게 지키려는 인센티브가 없게돼 남북대화는 파탄이 나게 된다" 고 진단했다.

이런 관점에서 任교수는 '공동지배' 영역을 만들어 야당을 대북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한편, 그 결과에 공동으로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여야의 정책협의체인 '대북문제에 관한 여야영수기구' 와 국회 내에 '남북문제 특별위원회' 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6.15 선언의 제2항(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한다' )에 관해 任교수는 "남북 정상이 통일논의 자체를 의제에 올리지 않는다는 데 합의한 '비결정의 결정' " 이라며 "지금은 통일논의가 아닌, 평화를 이야기할 때" 라고 지적했다.

또한 任교수는 "통일 한국은 당연히 단일영토의 민족국가를 회복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경성국가(hard state)' 적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며 "이를 고집하면 자칫 분단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任교수는 유럽연합(EU)에서 실험되고 있는 '국경없는 기능적 국가연합' 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우편.전화.통화(通貨).범죄.노동.무역.생산표준.환경 등의 부분적 영역에서 기능적 통합을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도기적 '계약공동체' 단계를 거쳐 국가연합을 실현하고 난 뒤 장기적으로 연방제로 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단, 통일 한국의 연방제는 거대한 남북한의 분단국가가 기본단위로 연방을 구성하는 '거시 연방' 보다는 다수의 주가 연방을 구성하는 미국식 '중위 연방제' 가 적절하다며 서울.경기.충청.영남.호남(제주 포함).강원(강원북도 포함).평양.평안(평안.자강).함경(함경.양강).황해의 10개 주로 구성되는 연방을 상정했다.

任교수는 "거시 연방제에서는 남과 북의 두 자치정부가 대치할 경우 이를 중화할 수 있는 완충지대가 없기 때문에 폭력적 대결과 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 전망했다.

이날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백영철 교수도 기조발제에서 남과 북이 고유의 관할 영역(외교.국방.영토)을 보유하면서 평화.군축.경제교류협력.환경.문화.복지.인구 등 부분적인 영역에서 '협의체적 공동정부' 를 구성해 남북의 당면 문제를 함께 협의하고 공동 대처하는 낮은 수준의 통일 한국의 전개상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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