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20년 연구 … 항생제 안 듣는 독한 세균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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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연구팀이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모습. 일동제약은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개발 분야에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다. [사진=일동제약 제공]

지난 24일, 글로벌경영대상 시상식(글로벌경영위원회 주최·일본능률협회컨설팅 주관)의 주인공은 단연 일동제약이었다. 일동제약은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첨단 경영시스템을 구축해온 대표 토종 제약사다. 이날 최첨단 설비와 엄격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우수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를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 규정 준수를 바탕으로 품질경영부문 2년 연속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재 난치성 감염증·암·당뇨병·비만·치매 5개 부문에 대한 신약 연구팀을 만들어 글로벌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문은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개발 분야다.

‘독종’ 세균 치료에도 효과적인 ‘IDP-73152’ 치료제 개발

난치성 감염증이란 말 그대로 치료하기 어려운 감염질환을 말한다. 세균·바이러스에 감염돼 폐렴·패혈증 등의 질환이 심해지면 항생제를 쓴다. 항생제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개중에 어떠한 항생제에도 잘 듣지 않는 ‘독종’ 세균·바이러스가 있게 마련이다. 이 경우 잘 듣는 항생제를 찾기 위해 여러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3~4가지의 항생제를 써 봐도 치료 효과가 없으면 난치성 감염증으로 분류된다. 일동제약은 이런 난치성 감염증에 대한 신약을 개발(지식경제부 바이오의료기기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과제)했다. 일동제약 강재훈 연구소장은 “난치성 감염증 환자는 한해 6000여 명 정도다(국내). 신약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워낙 작아 다른 제약사들이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분야다. 하지만 일동제약은 인류건강에 필요한 신약개발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20여 년 전부터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이 개발하는 대표적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는 ‘IDP-73152’이란 물질이다. 이 물질은 세균만이 가지는 특수한 단백질 합성 경로를 제어해 각종 병원균(세균)을 죽인다. 특히 각종 항생제 내성균주(다른 항생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세균)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여 차세대 글로벌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강재훈 소장은 “‘IDP-73152’은 최근 10년간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노바티스 등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해 왔다. IDP-73152는 지금까지 보고된 타 항생제(GSK1322322, LBM-415)에 비해 우수한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보여 전 세계 의료인들이 우리 신약 개발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미플루보다 우수한 효능 보이는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일동제약이 집중하는 또 하나의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는 바이러스 치료제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와 공동 연구(충북 지역산업기술 개발과제 지원)로, ‘NK 세포 활성화를 통한 범용 항바이러스제 개발 연구’라는 이름으로 신약개발 중이다.

 감염은 바이러스 침입으로도 발생한다. 최근 신종플루·조류인플루엔자 등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질환을 포함해 대상포진의 원인인 허피스바이러스, 장염의 원인인 로타바이러스 등의 급성 바이러스질환, 각종 간염 바이러스, 후천성면역결핍증의 원인인 HIV에 이르기까지 난치성 바이러스질환에 모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 몸의 자연 면역 세포인 NK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이 치료제의 핵심 기전이다. 침입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단백질인 인터페론 분비를 촉진함과 동시에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NK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난치성 바이러스 질환 치료 시 단독, 또는 기존의 치료제와 병행 사용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이용한 효능시험에서 기존 치료제인 타미플루 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였고, 바이러스로 손상된 조직도 감염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효능도 있었다.

 일동제약 이홍섭 신약개발팀장은 “이번 치료제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 한국의 치료 자립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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