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이 살린 아기…생후 22시간만에 심장 절개술로 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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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받고 생환한 토비와 엄마 소피 드링 (사진=데일리메일)

태어난지 하루도 안 된 아기가 12시간에 걸친 심장 절개 수술로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전 세계에서 개심술을 받은 최연소 기록이다. 의사는 임신 중인 엄마에게 유산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경고했지만 엄마는 위험을 감수했다. 하루라도 살게 하고 싶은 모성(母性)에 감동했는지 아이는 건강하게 살아 있다. 이 사연은 영국 데일리메일이 28일 보도했다.

미혼모인 토비의 어머니 소피 드링은 임신 중반기에 의사에게 토비의 상태를 들었을 때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21주째의 토비를 초음파로 들여다 보니 좌심형성부전증후군(hypoplastic left heart syndrome)이 발견됐다. 좌측 심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생기는 5000명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희귀 심장병이었다. 영국 리드 제네럴 병원 의사는 그녀에게 3가지 대안을 말해줬다. '지금 유산을 시키는 방법',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그저 죽는 걸 지켜보는 방법',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의사의 목소리는 첫번째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소피는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 토비가 한 순간이라도 살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 9월 태어난 지 22시간밖에 안된 아기는 대수술을 받았다. 토비는 지난 9월 8일 39주로 로얄 빅토리아 병원에서 유도분만을 했고, 바로 프리만 병원으로 이송돼 아시프 하산이라는 외과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다. 인근 병원에는 수술을 위한 특별 장비가 없어서 집에서 160㎞이나 더 먼 뉴캐슬 병원으로 가야 했던 것이다. 2㎏가 채 안되는 무게로 수술 전에 한주간을 더 기다려야 할 상태였지만 상황이 악화되자 하루를 넘길 수가 없다고 판단돼 바로 집도했다.

수술대에 오른 토비에 달라붙은 각종 생명선 (사진=데일리메일)

"6시간 걸릴 거라던 수술이 12시간이나 걸렸죠." 온갖 생명선에 둘러싸인 아이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소피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수술대에 앉자마자 많은 기계들이 달라붙었다. 토비는 아마 크리스마스 전에 추가 수술을 해야 한다. 심장에 도관을 장착하고, 그리고서는 돌 전후로 걸을 수 있게 될 때쯤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른다. "어떻든 그는 살아있죠. 나는 품에 안을 수도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지금 저렇게 내 옆에 있잖아요. 모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리드 제네랄 병원의 대변인은 "가족들에게 수술로 겪을 수 있는 위험과 선택지를 최대한 오픈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지만 토비처럼 신생아에게 수술을 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용기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엠마라는 한 네티즌은 "나는 이 사연을 읽으면서 웃었고 또 울었다. 우리 아들은 20년 전에 같은 병으로 태어났다가 6일밖에 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그 후로 그의 생일에 매일 기부를 해 왔는데 꼭 토비가 내 아들 같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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