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열전] 알바로 레코바(Alvaro Recob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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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 의욕적인 선수 영입에 비해 흡족치 못한 성적을 거둔 지난 99/00 시즌 인터 밀란에서 그나마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를 하나 꼽으라면 과연 누구를 뽑을 수 있을까?

비에리, 세도르프, 사네티, 게오르가토스, 등등... 저마다의 견해가 제각각일 순 있겠지만 오늘 소개할 선수 역시 빼놓아선 안될 선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알바로 리베로 레코바(Alvaro Rivera Recoba).

호나우도의 시즌 내내 이어진 결장, 시즌 중반 이후 전열에서 이탈한 비에리, 노쇠화 기미를 보이며 난조에 빠졌던 사모라노, 리피 감독과의 불화로 출장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던 로베르토 바지오.

이와 같이 공격진의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지난 시즌 인터 밀란 공격의 선봉 역할을 담당했던 선수는 다름 아닌 우루과이 출신의 신예 공격수 알바로 레코바다.

1976년 3월 17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난 레코바가 처음 축구를 시작한 팀은 다누비오(Danubio)라는 우루과이 명문 클럽이었다.

우루과이의 축구 영웅 루벤 소사의 플레이를 동경하면서 유스팀에서 5년을 보낸 그는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16살의 어린 나이에 우루과이 1부 리그에 데뷔하는 행운을 갖게 된다.

이후 '96 시즌 우루과이 최고 명문 클럽 중 하나인 나치오날(Nacional Montevideo)로 이적한 그는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면서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축구 팬들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그는 팀을 1996년 우루과이 리그중 후반기 리그라고 할 수 있는 'Torneo Clausura'에서 우승시킴과 동시에 우루과이 리그 최종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또한 리베르타도레스 컵 진출팀 결정리그에서도 6골로 득점 왕을 차지하며 역시 팀우승에 공헌했다.

1997년 들어서도 전반기 리그 격인 'Torneo Apertura'를 우승시키며 '올해의 우루과이 선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런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이탈리아의 명문 인터 밀란이 그의 영입을 제의했고, 그는 자신의 우상 루벤 소사가 활약하던 바로 그 팀의 일원이 된다는 기쁨을 안은 채 이탈리아로 향하게 되었다.

97/98 시즌 이탈리아 데뷔전인 브레시아와의 경기에서 그는 멋지게 두골을 작렬했고, 이 후 엠포리와의 경기에서도 하프 라인으로부터의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이탈리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인터 밀란에서 그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첫 시즌 단 8경기 출장. 이어 98/99 시즌, 단 한 경기만을 뛴 뒤 그는 그전 시즌 2부에서 올라온 베네치아로 임대되고 만다.

그렇지만 그의 숨길 수 없는 재능은 필요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베네치아로 임대된 98/99 시즌, 피오렌티나전 해트트릭(4-1,승)에 이어 친정팀 인터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며 3대1의 승리를 주도했고, 시즌 11골을 득점하며 베네치아를 리그 11위에 올려놓은 덕분에 그는 다음 시즌 인터 밀란의 공격진에 복귀할 수 있었다.

레코바는 복귀한 지난 99/00 시즌 고비 때마다 득점포를 터뜨리며 총 10득점으로 비에리에 이어 팀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당초 스쿠데토를 노리던 99/00 시즌, 비록 팀 성적은 4위에 턱걸이하며 챔피언스 리그행 티켓을 간신히 붙잡는데 그쳤지만 이 또한 복귀한 레코바의 대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양인과 비슷한 외모로 인해 'Chinaman', 'Chinese'란 애칭을 가지고 있기도 한 레코바를 자국 우루과이에서는 벌써부터 루벤 소사, 엔조 프란체스콜리를 대신할 차세대 대표팀의 선두 주자로 꼽는데 이의를 다는 이가 없다.

비록 빠르지 않은 발을 가지고 있지만 경기를 읽는 시야와 위력적인 왼발, 그리고 가공할 득점력을 보유한 현역 우루과이 최고의 테크니션 레코바.

공격형 미드필더로든 스트라이커로든 어떤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다해주는 이 스물네살박이 청년 레코바가 침체해 있는 우루과이 축구를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 수 있을지 여부와, 그의 오랜 희망처럼 선수 생활 내내 이탈리아 무대에서 활약하며 자신의 역량을 꽃피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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