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진화론 ‘잃어버린 고리’ 인어화석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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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울 수 없는 흔적
제리 코인 지음
김명남 옮김, 을유문화사
378쪽, 1만 5000원

불편한 진실, 진화론에 관한 문제작이 또 나왔다.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을 쓴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전집을 추천한다”고 했던 제리 코인의 바로 이 책이다. 제리 코인은 하버드대에서 진화생물학을 공부한 생물학자다. 『눈먼 시계공』이 진화론의 타당성을 논증하는 총론이라면,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최근까지 학계에 모인 실제 증거를 풀어 놓은 각론서다.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하는 주된 논리는 ‘잃어버린 고리’다. “인간이 어류에서 시작됐다면 그 중간 형태인 인어의 화석은 왜 없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잃어버린 고리’에 해당하는 최신 증거를 차근차근 내놓는다. 2004년 발견된 화석 틱타알릭 로제가 그 중 하나다. 틱타알릭 로제는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있지만 육상 동물의 앞발과 유사한 골격을 가졌다. 어류가 육상으로 올라오는 초기 형태다.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 메이 롱그는 공룡의 한 종류다. 오늘날 새가 겨드랑이에 목을 묻고 자는 자세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조류의 조상이 파충류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창조론의 논리적 결함도 정면으로 공격한다. “불완전성이야말로 진화의 증거”라고 말한다. 지적 설계자가 만물을 창조했다면, 인체의 ‘나쁜 설계’로 인한 출산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직립보행을 위해 골반이 작아지다 보니 태아가 나오기에 턱없이 좁아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될 공룡은 애초에 만들지 않으면 된다. 바다거북의 앞발은 자신이 낳은 알을 땅 속에 묻기에 너무 뭉툭하다. 오늘날 동식물은 설계자가 아닌 ‘땜장이’ 자연이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조금씩 바꿔갔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진화론을 인정하면 인간이 조상인 짐승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창조론자들의 비판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꼬집는다. 그의 시각에서, 인간은 꾸물꾸물한 아메바에서 시작됐다.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진화는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존재할 뿐이다. 더욱이 인간 존재에 회의를 품을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의 풍부한 과학적 실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이 흩어놓은 거대한 퍼즐을 맞춰가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라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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