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움직이는 '카오스' 원리 쉽게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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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지난 해 겨울이었지? 네가 DDR을 사와서 아파트 거실에 설치하고, 아무런 조심도 하지 않고 쿵쾅 거리기 시작했을 때, 아래층 아저씨가 화가 나셨고 우리 집에 인터폰을 걸어오셨지.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럼 우리 여기서부터 한번 상상력을 발동시켜 볼까? 좋다, 한번 가 보자.

그래서 아래 층의 아저씨는 그때 마침 저녁 식사를 하고 계셨다고 하자. 인터폰으로 한참 화풀이를 하셨지만 화가 안 풀리신 상태에서 식사를 계속 하셨을 거야. 그러다 보니 음식을 제대로 소화를 못 시켜서 곧바로 심한 소화불량을 겪으셨을 거야. 약방에 가시는 수밖에. 퇴근을 서두르시던 약사 선생님이 조금은 귀찮으신 듯 그 아저씨를 맞이했고, 아저씨는 불친절한 약사 선생님께 화를 내셨을 거야.

난데 없는 봉변이다 싶었던 약사 선생님은 소화제를 처방해 주셨지만, 참 언짢으셨겠지. 역시 화가 난 약사 선생님은 퇴근 길에 난폭운전을 하시게 됐지. 그때 어디선지 길 거리를 날아다니던 신문지 한 장이 약사 선생님의 승용차 운전석 앞 창에 날아와 붙었어. 난폭운전을 하시던 약사 선생님은 당황하셨을 테고, 갑작스레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꺾으셨겠지. 한참 속도가 올라 있던 승용차는 휘청 하면서 길 가의 전봇대를 들이받았을 거야.

마침 그 전봇대는 시멘트 중간 부분에 심한 손상을 입고 수리를 앞두고 있던 것이어서 승용차의 충격에 못 견디고, 전봇대 윗 부분의 전깃줄을 끊어뜨리는 큰 사고로 이어졌어. 아이야, 자연히 네가 사는 동네 전체에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가 벌어졌지. 온 동네가 깜깜한 암흑으로 들어갔다고 하자. 제일 좋아하는 게 누구겠어. 도둑이겠지, 뭐. 도둑들은 어둠을 이용해서 온 동네 가게를 털고 지나는 사람들의 지갑을 털고 했어.

아이야, 네 작은 발짓 하나가 결국은 네가 사는 동네 전체를 온통 혼란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좀 지나친 상상이었나? 썰렁한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숲 속의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며칠 뒤 미국에 허리케인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걸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터무니 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니? 작은 산들바람이 모여 큰 바람을 일으킨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리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아니야.

아이야, 오늘은 좀 어려운 책을 이야기해야 하겠다. 너도 이미 여러 권을 본 '주니어 김영사'의 '앗'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오락가락 카오스〉가 그 책이야. 〈시간이 시시각각〉 〈식물이 시끌시끌〉 등에 이어 '앗 이렇게 새로운 과학이'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이 책은 다른 '앗'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네 또래인 초등학교 5,6학년이나 중학교 1,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야.

'카오스'는 네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주제이지. 말의 뜻 그대로 하자면 '혼돈'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인데, 나이가 꽤 든 어른인 나도 과학에서 쓰이는 그 말의 뜻을 모두 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단다. 단지 그게 어떤 것인지, 어떤 때 쓰이는 것인지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야. 이 어려운 주제를 이 책은 너희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적고 있어. 또 자칫 따분해질까봐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많은 그림을 담아 흥미를 높이고 있어.

카오스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카오스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과학사의 갖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알아야 해. 이 책은 그런 뜻에서 너희들이 보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카오스라는 굉장히 깊은 뜻을 모두 이해하라는 생각에서 권하는 책은 결코 아니야.

단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해석할 수 있는 현대 과학의 아주 중요한 틀로 카오스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고, 그게 과연 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인지정도만이라도 알아두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권하는 거야.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릴 때 네가 아주 좋아했던 공룡의 이야기를 해 보자. 아이야,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공룡의 멸종 원인을 궁금해 하잖니. 그래서 어린 아이들이 알기 쉽게 공룡의 멸종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들이 적지 않게 나와 있잖니? 너희들은 공룡의 멸종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공룡이 멸종됐기 때문에 지금의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고 하면 공룡의 멸종을 다행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공룡 멸종을 소행성의 충돌로 해석하는 견해가 가장 지배적인 것은 너도 알고 있지? 그러면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은 왜 일어나게 됐는가 하는 의문은 안 생기니?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열쇠가 카오스라는 말의 뜻에 담겨 있다는 거야. 태양계 안에 카오스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발생하게 됐고, 그 충돌로 인해 당시 지구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공룡이 멸종했으며, 그 뒤에 지금의 인류가 생존하게 됐다는 거야.

그럼 결국 오늘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원인은 우리 태양계 안에 존재하는 카오스라는 것 때문이야. 이 쯤 되면 카오스가 과연 무언지 알고 싶지 않을까? 어려운 문제라고 관심조차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어렵지만 꼭 알아봐야만 할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어. 그런 뜻에서 오늘 집어든 <오락가락 카오스>라는 책은 어려운 과학의 개념 '카오스'를 그 말이 나오기 이전의 중요한 과학의 발견들과 함께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한 번 읽어서 다 이해하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이해하겠다는 자세로 읽어보면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야.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이 글에서 이야기한 책들
* 오락가락 카오스(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지음, 이연 옮김, 주니어김영사 펴냄)
*시간이 시시각각(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지음, 주니어김영사 펴냄)
*식물이 시끌시끌(닉 아놀드 지음, 주니어김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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