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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잃은 아이에게 꿈을 … 미국 지역사회의 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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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40%에 못 미친다.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의 경쟁력이 특히 낮다. 미 캘리포니아는 경제위기로 주 정부가 교육 예산을 줄이는 형편이다. 하지만 기업·대학 등 지역사회가 학교를 지원해 저소득층 학생의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자율형 공립중학교(차터 스쿨) ‘베이 아카데미(Bay Academy)’. 3층 교실 벽에 아이비리그 대학의 깃발이 가득 붙어 있다. 이 학교는 의류회사 갭(GAP)의 설립자가 1500만 달러를 기부해 만든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 재단에서 운영한다. 벤저민 프랭클린 공립중이 있던 자리에 KIPP 재단이 2003년 새 학교를 설립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프루스 스쿨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실 벽면에 걸려 있는 미국 대학 깃발이 눈에 띈다. 저소득층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이 학교는 올해 대학 진학률 95%를 기록했다. [프루스 스쿨 제공]

 이 학교 전교생 335명 중 무상급식을 받는 비율이 75%. 학생 10명 중 9명이 중남미·아프리카 출신이다. 샌프란시스코 교육청이 연간 1인당 7028달러를 교육비로 투입하는데, KIPP 재단에서 2288달러(약 263만원)를 추가 지원한다. 추가 교육비는 주로 보충수업을 하는 데 쓰인다. 이 학교는 다른 중학교보다 하루 2시간30분씩 더 수업한다. 토요일에도 오전 9시~오후 1시 수업을 진행 한다.

 이 같은 노력은 학교를 바꿔놓았다. 지난해 미국 공립학교 평가지수(API)에서 867점을 기록했는데, 벤저민 프랭클린 공립중 시절에는 559점이었다. KIPP는 미국 전역에서 109개 학교를 운영하는데 이곳을 나온 학생들은 올해 대학 진학률이 85%를 기록했다. 학부모 제퀴즈 듀티는 “목표가 없는 애들이 주변에 많은데 학교가 돌봐주는 덕분에 우리 아이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IPP 재단의 데비 파인 기획담당자는 “저소득층 학생이 대학에 가면 가족과 친구도 영향을 받아 지역사회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D)이 1999년 미국 샌디에이고 캠퍼스 안에 세운 프루스 학교(Preuss School). 부모가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무상급식 대상자여야 입학이 가능하다. 중·고교 과정을 갖춘 이 학교의 올해 4년제 대학 진학률은 95%. 교수 40여 명이 강의를 나오고, 대학생들은 멘토를 담당해준다. 학교 측은 학부모를 초청해 대학을 둘러보게도 했다. 중앙대 김이경(교육학) 교수는 “열악한 여건에서 성과를 낸 미국 공립학교 사례는 학부모의 소득 수준을 뛰어넘어 인재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한국 교육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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