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파키스탄 ‘메모 게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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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군부 쿠데타를 막아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후사인 하카니(사진) 주미 파키스탄 대사가 22일(현지시간) 사임했다. 하카니는 지난 5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미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직후 “아시파크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정부 전복을 기도하고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 미 정부가 직접 개입해 달라”는 메모를 작성해 미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메모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파키스탄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2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카니는 쿠데타 방지를 위한 문제의 메모를 파키스탄계 미국 기업인 만수르 이자즈를 통해 당시 미 합참의장인 마이크 멀린에게 전달했다. 이자즈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이 메모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메모에는 미국이 개입해 주면 파키스탄 정부는 빈라덴의 은신 경위 조사와 탈레반에 대한 미군의 군사작전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자즈는 지난달 중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FT는 “메모 게이트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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