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아이 교육은 엄마 담당? 아빠 몫도 챙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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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원장의 '소아 정신 건강'

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원장

나이가 들면서 대화 주제도 변하기 마련이다. 필자위주로 말한다면 진료실에서 부모들을 접할 때,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 그리고 아내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은 대화의 주제는 바로 아이들 양육 문제이다. 양육 문제가 나오면 자연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 바로 학원과 과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 교육 문제를 말하다 보면 가슴 한 켠이 답답하기도 하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고, 부모 욕심대로 가르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남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부모 자신이 아이를 가르치기 보다는 더 잘 가르치는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라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아버지들은 자녀들 과외 교육비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머니가 아이들 교육에 전적으로 모든 것을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또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아버지는 아이 교육에 관여하지 않고, 교육에 필요한 경제적인 지원만을 해결할 것을 강요당하게 된다.

이러한 아버지들은 과거 학창 시절에는 남자는 능력이라고 강요 받던 시대적 이유 때문에 여자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직장 생활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치열하다.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부인과 자녀들 때문에 직장 생활을 계속해서 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아버지들은 몸소 체험한 경험을 비추어봐도 자녀들의 학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데 아이 교육에 왜 이런 태도가 되는 것일까? 필자도 그렇고 대부분 아버지들은 어머니보다 자녀 교육에 관심도는 떨어지고 ‘왜 그렇게 아이 교육에 올인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갖는다.

물론 많은 교육을 통해 명문 대학에 진학하면 사회에 나올 때 더 좋은 조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여 자녀들이 본격적으로 학업을 시작할 때가 되면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을 체험하게 된다. 이는 사회 생활에서 명문 대학 출신이 모든 것을 다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경쟁력에서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버지들은 아이 교육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다. 사회 활동으로 인한 밤늦은 귀가는 아이와 접촉할 시간을 줄이고, 아버지보다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 아이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잘 따르게 된다.

이러다 보니 아버지의 사회 경험이 아이들에게 교육의 자료로 활용되는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아버지의 사회 경험이 아이 양육에 보다 더 활용될 수 있다면 학원과 과외 공부에만 치중된 아이 교육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아버지들이 보다 더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아이 교육에 참여해야 하겠다.

김태훈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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