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행복한 은퇴 설계] 가진 게 부동산밖에 없다면 퇴직 전 담보대출 받아놓는 것도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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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이용하는 방법은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는 것이다. 파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대출 이자가 안 나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은 돈을 어디에 굴려 은퇴자금으로 쓸 수 있느냐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판 돈을 7% 내외의 안정형 투자상품에 넣어놓고 운영하든지, 요즈음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월지급식 금융상품에 가입해 연금처럼 생활비로 쓰는 것이다. 장점은 장기적으로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나중에 투자자금이나 목돈이 필요할 때 연금처럼 묶여 있지 않아 언제든지 빼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담보대출은 파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려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잘만 이용하면 부동산 자산밖에 없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선 60세 이상인 경우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집이 9억원을 넘어도 안 되고, 부부 모두 60세가 넘어야 하고, 집에 대출이나 전세가 끼어 있어도 안 된다. 또 받는 연금액이 생각보다 많지도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주택담보대출은 어떤가. 문제는 이자 부담이 크다는 것 외에도 은퇴하고 나면 대출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조건에 새로 추가된 이자지급능력(DTI)이 소득이 별로 없는 은퇴자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물론 국세청의 소득 증빙 외에 본인의 카드 사용 금액이나 건강보험료 등 간접 증빙이 있긴 하다. 그런데 이 경우 대출한도가 크지 않고 고령자라서 가산금리도 높은 편이다. 한마디로 받을 수는 있지만 조건이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자금을 부동산으로밖에 만들 수 없는 50대 직장인이라면 소득 증빙을 할 수 있을 때 미리 좋은 조건으로 부동산 대출을 받아놓는 것도 방법이다. 당장 쓸 돈이 아닌데 대출을 받으면 대출이자만 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대출받은 자금은 반드시 최소한 6% 이상의 수익률이 나는 장기 상품에 넣어놓아야 한다. 대출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다 필요할 때 연금이나 월지급식 상품으로 전환해 쓸 수도 있다.

 우리가 집을 제대로 사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집을 풀어 쓸 때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최근 이러한 방식의 금융상품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운영상품을 계획적으로 잘 조합하면 훌륭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자기 집에 살면서 집을 가지고 은퇴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이 유럽이나 호주 등에서는 보편화되어 있고 상품도 매우 다양하다. 여러 사람의 보유 주택을 하나로 묶어 저리의 집단대출을 받는 것도 그중 하나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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