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백수’ 되자 불안한 보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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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6월 22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는 FC포르투(포르투갈)를 3관왕(유로파리그·포르투갈리그·FA컵)으로 이끈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포르투갈)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첼시는 계약 기간이 남은 서른 네 살의 젊은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위약금으로 무려 1320만 파운드(약 233억원)를 FC포르투에 지불했다.

 첼시가 선수로 뛴 경험이라곤 동네 축구가 전부인 비야스 보아스 감독을 택한 이유는 단 하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비야스 보아스 감독도 “두 시즌 안에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5개월이 흐른 지금. 비야스 보아스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은커녕 경질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진하기 때문이다.

 첼시는 2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1-2로 졌다. 7승1무4패(승점22)가 된 첼시는 4위로 밀렸다. 선두 맨체스터시티(승점 34)에는 12점이나 뒤진다. 지난달 29일에는 홈에서 런던 라이벌 아스널에 다섯 골을 허용하며 3-5로 지기도 했다. 세대 교체에 실패한 탓이 크다. 젊은 감독이 왔지만 프랭크 램파드(33)·존 테리(31)·애슐리 콜(31) 등이 여전히 첼시의 주축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첼시 축구는 발전한 부분이 거의 없다.

 영국 BBC는 “아스널에 진 뒤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의 경기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2003년 첼시 구단주에 오른 러시아의 석유 재벌 아브라모비치는 그동안 다섯 명의 감독을 경질했다. 2009년 첼시에 FA컵 우승을 안긴 거스 히딩크(65)가 유일하게 계약 기간을 채운 감독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아브라모비치가 여전히 히딩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터키 대표팀을 이끌던 히딩크는 지난 16일 터키가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12)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사임했다. 당시 히딩크는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정해진 것은 없지만 첼시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히딩크가 첼시로 가는 데 걸림돌은 없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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