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부채 위기 속 ‘불편한 진실’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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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부채 위기(debt crisis)는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과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진실이다.”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세계경제연구원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동 주최한 국제금융 콘퍼런스 오찬사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기인 재정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1930년 대공황은 자본시장의 위기였고 97년 동아시아 위기는 비(非)기축통화국의 외화 유동성의 위기였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계 부문의 부채 위기였다”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는 국가 부채의 위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경제학자 로고프(Kenneth S. Rogoff)와 라인하트(Carmen M. Reinhart)를 인용하며 “금융과 실물 부문이 결합한 위기에서 경제가 회복하는 데 평균 7년이 소요된다”며 “현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차일 뿐”이라고도 했다. “2008년 이후 이어진 위기의 복잡성과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주의와 규제주의 간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 발생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나친 시장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자본자유화와 금융자유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정립되고 있다”며 “자본자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마련하고, 과도한 자본 흐름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며 유로존 국가들이 이미 합의된 사안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존 국가들은 지난달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합의에 따른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장의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난항을 겪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도 요구했다. 그는 “경제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전망이 많아지는 상황이니 대승적 차원에서 (FTA를) 빨리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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