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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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사진) 전 대표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까지 당 대표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선 대책, 후 비준의 당론을 정하고 진두지휘했지만 비준이 목전에 박두한 시점에 이르러 선 대책을 실현시키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며 “책임을 통감하면서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선 대책이 시간상 실현 가능성이 없게 된 지금 선 대책을 고집하며 한·미 FTA 자체에 반대하기보단 일단 비준에 찬성하되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성실히 보완토록 요구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 불출마는 (지역구뿐 아니라)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면서도 “정계 은퇴와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대선 때 어떤 역할을 구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선진당에선 이미 지난달부터 이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검토 중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그는 이날 불출마의 변으로 한·미 FTA 문제를 꺼냈으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론 내년 총선·대선 정국 때 행동 반경을 넓히려는 의도라는 게 당내 정설이다. 한 당내 인사는 “총선 때 당의 인적 쇄신을 위해선 당내 최고령(76세) 의원인 자신부터 기득권을 던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의 불출마가 ‘보수 대연합’ 구축을 위한 사전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내년에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보수 원로로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원직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허성우 전 사무부총장이 최근 조용히 탈당계를 제출한 것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진 허 전 부총장은 “이 전 대표는 내년에 사심 없이 보수진영의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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