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FTA, 국익 위해 할 수 있지만 …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시청 별관 집무실에서 자신의 시정 방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박원순(55) 서울시장은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다른 지자체와 함께 (대응) 할 수도 있지만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시청 별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국가 전체 이익을 위해 FTA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시장 입장에서 시민의 입장을 반영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형 수퍼마켓(SSM)이라든지 골목상권의 문제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지금도 그런 우려가 충분히 불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중앙정부와 다투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아 조심을 많이 시켰다”고 말했다. 지자체 공동 대응을 자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설명이었다. 이날 인터뷰는 시청 별관 7층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중앙정부에 의견서를 냈는데.

 “서울시장은 1차적으로 서울 시민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장으로서 그런 우려에 대해 중앙정부에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틀린 얘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과 지방 사이의 토론에 대해 중앙정부가 너무 소홀했다.”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국민들은 ‘여의도 정치’가 상징하는 구시대적 발상과 행태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또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소망이 매우 높다.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 많다. 저나 안철수씨에 대한 지지나 기대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안 원장이 야권 통합에 참여할 것으로 보나.

 “안 원장도 반(反)한나라당이란 얘기는 했다. 야권도 지금까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있다. 야권이 얼마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혁신과 연대를 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지형이 달라질 것이다. 안 원장 문제도 여기에 달렸다.”

 -용인 경전철이 문제인데, 서울에서도 경전철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용인 경전철은 판단 실수로 어마어마한 손실이 있었다. 국회의원 같은 분들이 공약을 하셨기 때문에 (그런 거다). 어찌 보면 뉴타운도 결국 국회의원들이 곶감 빼먹는 바람에 지금 (내가) 다 뒤집어 쓴 양상이다. 이전에 국회의원들 다 이 공약으로 당선된 거 아닌가. 이미 공사 중인 우이~신설 경전철 외 구간은 수요와 경제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뉴타운 문제 해결 방안은.

 “시장으로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재개발이나 뉴타운 건설 과정에서 생겨난 갈등을 치유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도시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 ”

 -과잉 복지 우려 목소리도 있다.

 “복지는 철학의 문제다. 복지가 낭비나 소비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복지가 오히려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육정책은 그 자체로 일자리를 만들고, 육아 부담에서 해방된 여성들이 일자리를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박 시장에 대해 아이디어는 많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확실한 방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러 가지 공약하지 않았나.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자기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오류를 범한다. 나도 아이디어가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은 행정가의 덕목이라 생각한다. 19~20세기의 칸막이식 리더십 또는 전문가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리더십의 시대는 지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쓰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하나.

 “서울시장은 모든 시민의 시장이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시장이기도 하다. 가장 공정한 입장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시청 광장 스케이트장 설치 문제도 세 번이나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은.

 “오세훈 전 시장이 (인상을) 4년간 유보하다 나에게 넘겼다. 시민들에게 요금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선 경영 부분에서 불합리한 요소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야 한다. 내 사무실부터 절반으로 줄였다. (단체장) 사무실이 넓은 건 불법은 아니지만 탈법에 해당한다.”

인터뷰=김동호 사회1부 내셔널팀장
정리=김영훈·이한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