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마켓뷰] 유럽 악재에도 코스피 1800 안팎서 바닥권 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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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어서면서 유로 재정위기가 새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국채 투자자는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 이미 그리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든 어디든 리스크가 생기면 투자자는 그 나라의 국채를 배제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 이탈리아 국채를 사줄 곳은 유럽중앙은행(ECB)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위기는 이탈리아에서 멈추지 않고 스페인 등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의 장점은 화폐를 찍어내 국가부도와 같은 심각한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달러)과 유로존(유로)은 그런 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유로존은 미국과는 달리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통합된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한 국가가 아니어서 ECB가 통화를 발행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려면 독일이나 프랑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로존 역시 기축통화 지역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파국으로 치닫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독일이나 프랑스 입장에서도 유로존 경제규모 3위의 이탈리아가 위기에 빠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다만 두 나라는 이탈리아가 국유자산 매각·퇴직연금제도 개혁·소득세 개편 등을 통해 재정이 건전해지기를 원할 것이다. 독일 입장에서 유로존의 곳간인 ECB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게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를 감안하면 도와주더라도 이탈리아나 스페인이 부도 상황으로 가지 않을 만큼만 도와줄 것이다. 반대로 이탈리아나 스페인 입장에서는 자국의 경기불황을 고려해 돈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이런 입장 차이로 유로 지역은 계속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유럽 재정위기로 주식시장이 공포에 빠져 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주요 기업의 이익과 현금흐름은 여전히 성장추세다. 현재의 위기는 가계와 정부의 위기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정부부채 위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업의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은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 미국과 한국의 우량기업의 시가배당률은 실세금리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주가는 이미 시장을 누르고 있는 장기 악재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 1800선을 전후로 바닥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국가 신용도는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한국의 수많은 대표 기업들은 내년 이후 본격화될 중국 긴축완화와 내수확대의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에서 미국과 일본에 치이고 중국은 저가를 무기로 무섭게 따라와 한국 기업이 위기에 놓인다는 게 ‘샌드위치론’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보다 기술이 앞서고 미국·일본보다 가격이 낮은 한국 기업이 기회를 얻는 ‘역(逆)샌드위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엔고와 원화약세는 국내 기업에 더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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