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습모임 ‘스톱워치 스터디그룹’

중앙일보

입력

차예림(18·거제시 옥포고 3)양은 올해 수능에서 가채점 기준 평균 2.6등급의 성적을 거뒀다. 언·수·외·탐 평균 6등급에 그쳤던 6월 평가원 모의고사와 3등급이었던 9월 모의고사성적에 비하면 꽤 만족스런 점수다. 차양은 별도로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학교수업에 충실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강을활용해 공부했다. 수능 100일 전에는 스톱워치 스터디그룹에 가입해 활동했다.

 차양은 “하루 단위로 스터디그룹 팀원들의 공부시간이 순위로 공개되기 때문에 경쟁의식을 느꼈다”며 “이를 통해 규칙적인 학습습관을 유지하고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스톱워치스터디그룹이 활발히 생겨나고 있다. 한 수험생 카페에서는 수능이 끝난 이후 ‘수능이 너무 쉽지’ ‘번개탄’ ‘카톡’과 같은 10여 개 이상의 스톱워치 스터디그룹이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의 공부시간을 스톱워치(초시계)를 활용해 측정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대상은 고3과 재수생 같은 수험생뿐 아니라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생부터 고1, 2까지 다양하다. 운영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일일 학습시간을 카페 운영자에게 통보하면 운영자는 회원 간 순위를 매기고 주간 목표시간에 대한 달성 정도를 표시해 카페에 공개한다.

엄격한 규칙으로 목표달성 유도

 이 모임은 회원 간의 경쟁을 바탕으로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지켜야 할 규칙이 엄격하다. 정해진 시간에 기상해 본인의 학습시간을 보내지 않거나, 자신의 주간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경고를 받고 일정 횟수가 누적되면 강제로 탈퇴당하는 식이다.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학생 스톱워치 스터디그룹을 운영하는 김은정(중2)양은 “혼자 하기보다는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끼리 모여 서로 입시정보를 나누고 경쟁하다 보면 의지도 되고 계획한 분량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공부가 하기 싫은 날에도 책상에 앉아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예과에 재학 중인 김새롬(20)씨는 고등학교 때 전교 1~2등의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상위권이라는 자만에 빠질까 걱정 돼 고2 때부터 스터디그룹 활동을 했다. 김씨는 “회원들끼리 모의고사 성적을 공개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고, 말 못할 고민도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어 수험생활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이겨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모임은 대부분 한시적으로 운영되지만 후배 회원을 받아 활동하기도 한다.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의 ESP는 2010년 고3 학생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의 모임이다. 2010년 수능이 끝난 후 지금까지 운영하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후배들의 수험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모임의 부운영자 홍수민(20)씨는 “대학을 졸업해사회인이 되더라도 이 모임을 계속 꾸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논술첨삭과 학습법 지도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모임의 운영자는 수험생이 대부분이다. 매일 아침마다 회원들의 학습시간을 취합하고 주간 단위로 목표달성 정도를 분석해 공지한다. ‘훈훈한 스톱워치팀’ 운영자 진영우씨는 “때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얻는 것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을 이끈다는 책임감에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활동해야 효과 볼 수 있어
 
 학생들이 자발적인 필요에 따라 만든 모임이다 보니 문제점도 있다. 본인 스스로 의지가 약해져 중도에 그만 두거나 갑작스레 스터디그룹이 폐쇄되기도 한다. 때로는 회원들의 친목모임으로 변질되기도 해 대부분의 스터디그룹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지 않고 온라인 활동에만 주력한다.

 비상교육 행복한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스톱워치 스터디그룹에 가입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성적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학습동기가 약해져 있는 수험생들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이어가기 위해선 경쟁자들의 학습시간에 자극받아 무리하기보다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시간을 계획하고 단계별로 학습시간과 양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그래픽="송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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