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죽음의 절망,적절히 배합"한〈키스해줘요(Baise-mo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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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즌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언론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1백만 이상을 동원한 지난주에 비해 40%이상의 관객이 감소한 1위 리들리 스콧의 〈글라디에이터〉을 비롯해서 2위인 〈젯셋〉도 70% 가까이 관객이 줄었다.

이번주는 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감독으로 유명한 롭 코엔이 감독한 〈스컬스(The Skulls, societe secrete)〉나 방학을 시작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소와 대통령(La Vache et le president)〉, 〈크로우-완결편(The Crow 3 Salvation)〉 등이 새로이 박스오피스에 올랐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비록 박스오피스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주 가장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비리지니 데스팽과 코라리 트리아 티라는 두명의 여자가 공동으로 감독한 〈키스해줘요(Baise-moi)〉이다. 이 영화의 원작자이기도 한 비리지니와 포르노 배우 출신의 코라리는 데뷰작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작품성을 보여줬다. 원래 16세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가 실제 성행위와 과도한 폭력장면 때문에 X등급(포르노)으로 재판정을 받아 일반극장에서 영화상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X등급 판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영화를 상영하겠다 주장하는 멀티플렉스 체인인 MK2 (최근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거짓말〉을 상영하고 있다)의 마린 카르미츠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며 "엄연한 표현 자유의 침해"라고 규정했고 파산위기에 놓인 제작자 필립 고드로 역시 "어떤 비평가도 이 영화를 포르노로 보지 않았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일부 언론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인데 특히 르몽드는 "섹스와 죽음의 절망을 적절히 배합했다"라는 평과 함께 실제 포르로 배우 출신인 두 주인공 라파엘라 안드르송과 카렌 바하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호평했다. 렉스프레스에 게재된 〈로망스〉 감독 카트린 브레이아와의 대담에서 감독 비리지니 데스팽은 "그림으로 표현하면 인정되는 장면을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억지이다"라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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