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유망주] "태극마크로 아버지의 한을 풀겠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축구를 시작한 지 1년만에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가 있다. 학성중 3학년 윤성환(15)이 그 주인공. 윤성환은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미사리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나이키 프레미어컵 축구대회에서 5월1일 껄끄러운 상대였던 부산 기장중과의 본선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1-0승리를 이끈데다 5월3일 제주 서귀중과의 준결승에서 2골, 5월4일 묵호중과의 결승전에서는 2골1도움을 기록하며 4경기동안 5골로 팀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최우수선수상, 득점상을 거머쥐었다. 167cm 59kg의 작은체구지만 12초대의 빠른 스피드와 타고난 슈팅력은 고등학생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윤성환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늦둥이'.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성장속도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않는다. 윤성환의 자질을 맨처음 눈여겨 본 사람은 아버지 윤표득씨(55)였다.

서울 중동고시절까지 선수생활을 하다 부상으로 아쉽게 축구선수의 꿈을 접었던 그는 현재 울산시 생활축구협의회 사무처장을 맡으며 조기축구회를 빠짐없이 다니는 축구 열성파.

윤성환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쫓아 다니며 축구공과 익숙해졌고 아버지에게서 틈틈이 훈련을 받으며 축구선수를 향한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정작 윤표득씨는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부상으로 꿈을 접었던 자신의 아픔을 아들까지 되풀이시키고 싶진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미 축구선수를 장래 목표로 삼은 윤성환의 고집에 아버지는 울산 학성중 김종필 감독에게 테스트를 맡겼고 그 재능을 눈여겨 봐오던 김감독은 축구팀에 전격 입단시켰다.

타고난 재능에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익혔다 해도 중학교 2학년에 축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1년여 동안 윤성환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김종필 감독의 자율적이고 기본기에 충실한 훈련방식이 한 몫을 했다.

학성중 졸업자 대부분은 '축구명문' 학성고로 진학하게 돼있어 성적보다는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있고 운동시간 외에는 선수들이 자기가 짠 프로그램대로 자율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강압적이지 않고 기본기를 충실히 배울 수 있었던 덕에 윤성환은 그토록 바라던 축구를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김종필 감독은 윤성환에 대해 "경기경험을 늘리고 볼키핑 등의 기본기술훈련을 충실히 한다면 대성할 재목"이라며 "앞으로 부족한 시야와 위치선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윤성환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수원삼성의 고종수. 윤성환은 "고종수선수처럼 왼발, 오른발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만능 선수가 되고 싶다"며 "아버지가 달지 못한 태극마크를 반드시 가슴에 달고 월드컵에 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