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여드름과 우유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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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드름으로 치료받으러 오는 사람 중 좋은 수면습관, 적절한 휴식과 운동,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런 것들이 잘 지켜지면 여드름은 저절로 없어진다고 강조한다. 특히, 피부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말한 수면, 휴식, 운동, 음식 중에서 가장 습관적으로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은 음식섭취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여드름이 생기는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 성인여드름의 비중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 청소년기의 여드름보다 성인여드름이 더 유병률이 높다. 그렇다면, 왜 성인들에게서 여드름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서구화된 식습관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오늘은 여러 가지 음식들 중에서 흔히들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우유”다.

우유는 성장기에 좋은 영향을 주는 만인이 사랑하는 기호식품이다. 어렸을 때 우유를 많이 먹어야 키도 크고, 튼튼해지며, 두뇌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유가 과연 피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수십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우유 및 유제품과 여드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해왔다. 최근 2006년 '피부과 온라인저널'에 발표된 추적 연구에서도 다량의 우유 섭취는 여드름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이 나왔다. 즉, 임신한 젖소로부터 얻은 우유 속에 들어있는 성호르몬 원인물질(DHEA)에 의해서 피지선이 자극을 받고, 이로 인해서 여드름이 늘어났다는 결론이다. 또한 우유를 200ml 씩 하루 세 번, 12주 동안 섭취를 했을 경우 IGF-1(인슐린유사 성장인자-1)의 수치가 늘어난 결과를 볼 수 있는데, 이 IGF-1이 피지샘에서 피지를 자극하기 때문에, 결국 우유가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실험결과는 단순히 우유만 섭취했을 경우 뿐만 아니라, 우유가 들어간 유제품에서도 동일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즉, 요거트와 같은 우유를 발효한 제품 이외의 유제품은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여드름이 있는 분들은 절대로 섭취하지 말아야하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식품은 한 가지 성분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의 식품에도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즉, 우유 또한 무조건 피부에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여러 연구의 결과를 보면, 우유 및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은 여드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영양소 섭취를 위해서 우유를 마시기보다는 두유를 마시는 것이 여드름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여드름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만성염증 질환이며, 단순한 뾰루지로 치부하기에는 애매한 현대인의 삶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만성병이 되었다. 이런 만성병의 특징을 가진 여드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평상시 생활습관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형석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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