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악관 총격범 “오바마는 적그리스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에르난데스

반자동 소총으로 미국 백악관에 두 발의 총격을 가한 용의자가 총탄이 발견된 지 하루 만에 붙잡혔다. 미 비밀경호국은 16일(현지시간) 용의자 오스카 오르테가 에르난데스(21)를 펜실베이니아주 인디애나 인근의 한 호텔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비밀경호국 대변인은 용의자의 은신처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를 받아 추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는 17일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CBS 방송은 에르난데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증오심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에르난데스와 친분이 있는 사업가 몬티 매콜은 “최근 에르난데스를 만났을 때 그가 오바마를 ‘적(敵)그리스도(종말에 나타나 그리스도를 대적할 것으로 예언된 통치자)’에 비유했다”며 “그가 진지하게 그런 얘기를 했으나 좀 불안한 기색이었다”고 말했다고 CBS는 전했다. 에르난데스는 아이다호 주 출신의 워싱턴DC 주민이다. 지난달 31일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됐다. 그는 지금까지 세 차례 체포된 기록이 있다. 그러나 모두 과격단체와는 무관한 사건이었으며, 수사 당국의 ‘관찰 대상’에 오른 적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경호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9시쯤 백악관 인근에서 총성이 들렸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백악관을 비운 상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정박된 항공모함 칼빈슨호 갑판에서 열린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비밀경호국은 수사에 착수해 15일 오전 백악관에서 두 발의 총탄을 발견했다. 이 중 한 발은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거주하는 침실 등이 있는 백악관 관저동 2층의 유리창을 맞혔다. 그러나 다행히 총탄은 외부 유리창 뒤에 있는 방탄유리창에 막혀 백악관 내부로 들어오지 못했다. 다른 한 발은 백악관 남쪽 건물 외부를 맞힌 것으로 조사됐다. 비밀경호국은 총탄이 백악관 관저로부터 남쪽으로 600∼700m 떨어진 ‘콘스티투션 애비뉴(Constitution Avenue)’ 도로상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 당시 총탄 발사 추정 지점에서 2대의 차량이 지나간 것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한 대가 인근에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이 차량에는 AK-47 반자동 소총이 실려 있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비밀경호국(US Secret Service)=미국 국토안보부 산하기관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물의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 1865년 출범 당시에는 재무부의 비밀검찰기관이었으나 1901년 윌리엄 매킨리 암살사건 이후 대통령 경호 전담으로 바뀌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