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늘고 굴뚝산업 줄어 … 점점 떨어지는 노조 영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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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80년대 후반 20%에 육박했던 노조 조직률이 지난해 10% 아래로 떨어졌다. 노조 가입률이 낮은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급증했고 개인 성향이 강한 문화·지식산업이나 서비스업 종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상급단체들이 현장과 괴리된 채 조직 이기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치투쟁에 몰두한 것도 노동운동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전체 노동조합원은 164만3000여 명으로 집계돼 노조 조직률이 전년보다 0.3%포인트 감소한 9.8%를 기록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고용부 김성호 노사법제과장은 “조직률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7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 조직률은 89년 정점인 19.8%를 기록한 뒤 90년대 후반 12%대, 2004년 이후에는 10%대로 계속 떨어졌다. 노조 수 역시 전년보다 269개 감소한 4420개로 집계됐다. 노조 조직률 감소는 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역할과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조직률이 두 자릿수 밑으로 처음 떨어진 것은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상급단체가 성추문이나 내부 비리 등에 시달리며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조직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수 국민노총(제3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간부 중심의 조직 이기주의, 민주노총은 정치투쟁이라는 구태의연한 운동 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조직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노조 조직이 수월한 굴뚝산업 종사자가 줄고 노조 활동에 소극적인 서비스·문화·지식산업 종사자가 늘어 조직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80년대 후반 420만 명에 달했던 제조업 종사자는 지난해 344만 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기타서비스업 종사자는 같은 기간 480만 명에서 1200만 명으로 늘었다. 고용부 김성호 과장은 “최근 취업한 신세대들은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노조 가입률이 2.6%에 불과한 비정규직(정규직 가입률 15%)이 많이 는 것도 조직률 감소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약화되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은 “노조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부의 합리적 배분 등을 주장하고 견제해야 한다”며 “그런데 노조가 힘이 너무 약해 그런 역할을 못하면 사회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체 노조원 164만여 명 중 상급단체별로는 한국노총 소속(72만8000명)이 44%, 민주노총(58만6000명)은 35%를 각각 차지했다. 이는 두 노총 모두 전년보다 노조원이 1만~8000명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미가맹 노조의 노조원은 33만4000여 명을 기록해 2만여 명이 늘었다.

장정훈 기자

◆노조 조직률=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전체 임금근로자 수를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로 나눈 수치. 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정부는 1963년부터 전체 노조원 수를, 조직률은 77년부터 집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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