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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간 박원순 "여러분 감옥 한번 꼭 가보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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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은 15일 대학생 대상 강연에서 “등록금 철폐 투쟁을 왜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국대에서 열린 ‘21세기 리더의 자격’이란 특별 강의에서 “등록금 인하 투쟁은 백날 해도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독일이나 스웨덴, 핀란드에 가봐라. 대학생이 등록금을 내나”라며 “왜 세금을 내는데 왜 그들은 안 내고 우리는 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예산이 부족하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예산과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시장이 되면서 단행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7%고, 스웨덴은 34.8%다. 스웨덴은 복지가 앞서 있지만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낸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날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강연은 사회 명사들이 리더십에 관한 특강을 하는 자리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박경철 안동병원 원장 등이 강연을 할 예정이다. 농담처럼 얘기하긴 했으나 박 시장은 다소 엉뚱한 충고도 했다. 그는 대학 시절 투옥 경험을 얘기하면서 “감옥 대학에서 읽었던 책만큼 감동적으로 읽은 것은 없다”며 “여러분들은 감옥은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소통을 강조하고, 공무원들에게 “무엇이든 얘기하라”고 했던 박 시장은 이날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제 앞에 누가 와서 이거는 이렇게 해서 잘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면 굉장히 미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들한테 저한테 안 된다고 대들라고 얘기는 하지만,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에 대한 비판도 했다. 박 시장은 북한학과 학생의 질문을 받고는 “북한학과가 굉장히 비전 있는 학과라 생각한다”면서 “현 정부 들어서 남북 관계가 어려워진 것일 뿐이며 다음 정부에서는 이런 정책이 계속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교류 강화를 강조하며 “한계에 부딪힌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개성공단이 10개는 더 생겨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시장은 업무 시간인 오후 3시45분에 동국대에 도착해 두 시간 동안 강연을 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방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르면 업무 시간 여부에 관계없이 1회성 강연은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박 시장 강연의 업무 연관성 여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중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시장이 되기 전에 약속한 것이라 어길 수가 없었다”며 “업무 시간 중이라는 걸 문제 삼는다면 업무 시간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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