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데 없는데 …” 은행보다 낮아진 저축은행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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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KB스마트폰예금’ 연 4.7%, 동부저축은행 정기예금 연 4.3%.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상식(?)이 깨졌다. 일부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은행 특판예금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예금자들로선 돈 굴릴 곳 찾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1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91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제) 평균금리는 4.63%다. 9월 중순만 해도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는 5%에 달했다. 하지만 9월 18일 7개 부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두 달여 만에 0.37%포인트나 떨어졌다. 현재 5%대 금리를 주는 건 현대스위스·솔로몬·토마토2저축은행 등 11곳뿐이다. 대부분 저축은행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4%대 중반이다. 동부·한신·HK저축은행은 4.3%에 그쳤다.

 이는 일부 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특판예금에 못 미친다. 국민은행이 스마트폰뱅킹 가입자를 대상으로 판매 중인 KB스마트폰예금은 기본 4.4%, 우대금리까지 합치면 4.7%다. 산업은행이 지주 창립 2주년을 기념해 판매 중인 공동가입 정기예금도 최고 4.4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이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판매 중인 서민섬김예금 역시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연 4.6%가 된다.

 그동안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은행보다 0.5~1%포인트 정도 높은 게 일반적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만 해도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예금의 금리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8월엔 이 차이가 1.18%포인트로 지난해 4월(1.22%포인트) 이후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9월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예금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살아남은 우량 저축은행들엔 예금이 몰려들어 왔다.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며 고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예금을 받아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자금을 운영할 곳이 마땅찮다.

동부저축은행 김순태 경영관리팀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길은 사라졌고, 가계 신용대출은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신금리를 높이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비슷한 수준인 낮은 예금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현재는 솔로몬·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 신용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일부 대형사들만 비교적 높은 예금금리를 주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은행이 먼저 예금금리를 내렸고 구조조정 여파로 주춤했던 저축은행도 뒤따라 금리를 내리고 있다”며 “은행과 비은행권 모두 금리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가계로서는 자금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가 당분간 이어지는 만큼 예금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은행 리테일사업부 윤청우 차장은 “젊은 층이라면 장기 적립식 투자를, 은퇴가 얼마 안 남았다면 즉시연금이나 역모기지론(주택연금), 월지급식 펀드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애란·김혜미 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금융회사가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 개발과 같은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 현금 흐름을 담보로 개발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대출 상환은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한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주택가격 상승과 금융회사의 대출경쟁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PF 대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이로 인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동산 PF 부실은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에 이르게 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영업 중인 91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월 말 현재 25.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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