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여성복 인해전술’ … 제일모직 신제품 론칭 진두지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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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제일모직이 20~30대 직장 여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에피타프’(가칭)를 출시한다. 15일 소개된 이 브랜드는 내년 봄·여름(SS) 시즌부터 판매된다.

에피타프는 제일모직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선보인 브랜드다. 지난 6월엔 40~5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데레쿠니’를 선보였고, 10월엔 아웃도어 브랜드인 ‘빈폴아웃도어’를 내놨다. 역시 내년 SS시즌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포함하면 몇 개월 사이 4개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하는 셈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패션 부문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 이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제일모직은 주식시장에서 정보기술(IT)종목으로 분류된다. 1954년 직물사업으로 출발해 패션기업으로 컸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화학·전자재료 분야에 진출해 이들 사업부문이 급속히 커진 까닭이다. 지난해 이 두 부문이 회사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은 ‘회사의 뿌리’라는 자존심이 있다. 빈폴을 연 5000억원 매출 규모의 메가브랜드로 키워낸 저력도 가지고 있다. 특히 디자인을 전공한 이서현(38) 부사장은 관련 사항을 직접 챙길 정도로 패션사업에 관심이 많다.

 신규 브랜드 중 절반은 여성복 브랜드다. 여성복 총괄 디자이너 정구호(49) 전무는 “전체 의류시장에서 여성복 비중은 30%인 반면 제일모직에서 자체 여성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8% 수준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구호의 성공으로 여성복 분야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에피타프를 통해 전 연령대 여성을 아우르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기존 브랜드인 구호·르베이지·데레쿠니가 30대부터 50대까지의 여성을 타깃으로 해 유독 20~30대 여성 부문이 취약했던 것이다. 김정숙(41) 여성사업부장은 “20대 초반을 타깃으로 한 신규 브랜드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지난해부터 여성복과 해외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패션사업을 2개 부문으로 운영 중이다. 이때부터 여성복과 해외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왔다. 최근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신규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데레쿠니와 에피타프도 1~2년 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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