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이러스와 동거 시대, 면역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바이러스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불과 한달 전 러브 바이러스가 소동을 일으키고, 일종의 헤프닝으로 유야무야 됐지만 휴대폰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뉴스로 세상이 뒤집혔다.

최근에는 스테이지 바이러스가 나타나 기업 IT 관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시스템 파괴 등 가공할 만한 피해는 주지 않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에 있는 주소록의 사용자들에게 ''joke'' ''funny'' ''life stages text'' 등 유머 파일로 가장한 감염된 전자우편의 첨부파일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우편을 받은 사용자가 이 첨부파일을 열면 사용자의 레지스트리와 시스템 파일을 자가 복제해 감염시킨다. 이후 몇 개의 제목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 사용자의 MS 아웃룩 주소록의 모든 주소로 감염 파일을 보내게 되는 원리다.

100여 명의 직원이 있는 한 기업의 네트워크 관리자는 "일부 사용자들은 최근에 발생하는 바이러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장난삼아 클릭해보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바이러스는 개인 시스템에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메일 서버의 과부하를 초래해 결국 메일 서버의 다운 또는 하드디스크 파괴 등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바이러스 때문에 순간적으로 과부하가 걸려 시스템이 다운된 후 서버 리셋을 실행한 결과 시스템 커널이 파괴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바이러스는 일부 부주의한 사용자들만 걸리는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인터넷과 전자우편 사용 증가에 따라 바이러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바이러스 유포 경로 1위인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1500만 명의 인터넷 사용자는 더 이상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게 됐다. 스스로 복제하며 전자우편 프로그램의 주소록을 통해 전파되는 ''뉴러브'' 바이러스는 지난 5월 19일 오전 9시 이스라엘에서 첫 피해 신고가 접수된 후 1시간 만에 미국에서 1000건 이상의 피해 사례가 접수될 정도로 전파력이 대단하다.

최근 바이러스 제작자들이 스크립트의 독창성이나 파괴력보다는 바이러스를 얼마나 잘 은폐시켜 전파할 수 있는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지디넷 코리아(www.zdnet.co.kr)의 기사를 보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이 점점 더 현명하게 바이러스를 방어함에 따라 교묘하게 위장한 바이러스들이 한층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이다.

백신 소프트웨어 업체의 제품을 컴퓨터에 설치했다고 해도 위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매주 또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몰할 때마다 백신 업체가 권고하는 패턴 업데이트를 하지 않거나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백신을 활성화시키지 않는 경우, 여지없이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수 있다. 백신 소프트웨어만 깔면 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항상 바이러스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백신 업체가 지정한 날짜에 패턴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출처가 의심스런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야 할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계속 나타나게 될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매번 새롭게 나타나듯 인터넷 사용자는 언제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는 바이러스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