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려진 PC 상식-2

중앙일보

입력

PC 암호체계가 허술해서 해커들이 손쉽게 침입한다?

사람들은 수많은 암호를 기억해야 한다. 카드 결재용 비밀번호는 기본이고 핸드폰, PC 통신, 심지어 사물함까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암호를 외우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암호가 필요한 이유는 타인에게서 자기 영역을 보호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범죄 기술이 나날이 발달하면서 실력 있는 해커라면 남의 은행 계좌나 통신 ID를 안방 드나드는 것처럼 손쉽게 알아낸다.

과연 PC의 암호 체계가 허술한 탓일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PC의 암호 체계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얼마 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심각한 보안성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이용자가 쉽게 해킹할 수 있을 만큼 허술한 수준은 아니다. 실제로 기술 결함으로 해킹되는 경우는 2%도 되지 않는다. 기술 결함보다는 이용자의 개인적인 실수로 암호를 쉽게 노출할 때가 많다.

암호는 순차대입을 이용하면 반드시 알아낼 수 있다. 암호를 찾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해킹의 주요 관심사다. 해커는 문자 한 개로 조합한 암호를 평균 6분만에 찾고 두 개로 조합한 암호를 4시간 정도면 찾아낼 수 있다. 흔히 쓰는 여덟 자리의 숫자와 영문 혼합형 암호는 이론상 89만 년이 걸려야 찾아낼 수 있다.

당연히 해커는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이용자가 자주 쓰는 암호를 골라내서 대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어 사전이다. 성능 좋은 PC로 영어 사전에 등록된 단어를 대입하면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해커는 여기에 이용자의 감성을 추측한다. 비밀번호가 네 자리라면 1111, 1234, 9999, 0000 등 리듬 있게 치고 기억하기 쉬운 번호를 먼저 대입한다.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 핸드폰 번호, 여자 친구의 생일 역시 추적의 대상이다.

iloveyou, love4u, protos 등은 더 이상 암호로서 가치가 없다. 그렇다고 c7k2dyr2hu처럼 암호를 아무 것이나 누르면 기억하기 어렵다. 메모지에 적어놓지 않고 이런 암호를 기억할 수 있다면 해커의 추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해킹의 대부분은 감성적인 실수를 노린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인공지능은 PC가 생각하도록 만드는 기술?

사람은 자기와 닮은꼴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또 다른 은하계에 비슷한 모습을 한 외계인이 있지 않을까, 혹은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없을까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 괴수(?) 영화의 파격으로 불리는 <에일리언> 시리즈 역시 너무나 인간과 비슷한 움직임 탓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필름을 3분 정도 잘랐다는 뒷 얘기도 있다.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 신이 되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컴퓨터를 통해 그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미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간이 컴퓨터와 대화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컴퓨터는 인간에 조언을 하거나 때로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말 그대로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일 뿐이다. 또 다른 접근 방법은 단순한 검증 과정을 상당히 빠르게 되풀이하는 기술이다.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은 PC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치 생각이라도 하듯이 게임에 나오는 적은 온갖 전략으로 집요한 공격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프로그램 속에 마련된 순서에 불과하다.

스스로 사고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순한 검증 과정을 빠르게 되풀이하는 기술은 체스 머신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이나 암호 해독을 목적으로 개발하는 체스 컴퓨터는 주어진 상태(체스의 경기 방법)를 빠르게 되풀이해서 최선의 상황을 찾을 뿐이다. 마치 생각하는 듯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 세탁기가 ''어! 이거 아르마니 양복아냐?''라고 판단해서 손질하는 세상이 곧 올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로는 어림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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