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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공인회계사제 개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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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인회계사 1백37명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기업들의 엉터리 회계보고서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한곳은 두차례 부실감사가 적발돼 업무정지를 받았다가 끝내 문을 닫았다.

회계감사는 기업경영 실태를 투명하게 드러내 국내기업들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 요소로 꼽힌다.

한국 경제나 기업들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 바로 회계감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회계감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느라 고심 중인 가운데 일본과 미국이 획기적인 공인회계사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 일본, 평생 자격증은 없다〓일본 대장상 자문기관인 공인회계사심사회는 최근 공인회계사 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야심찬 개혁안을 내놓았다.

가장 파격적인 내용은 자격증만 따면 사실상 종신제로 운영해온 공인회계사 제도를 3년마다 등록해 자격증을 갱신하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것. 자격증을 갱신하려면 공인회계사는 최신 회계기준과 실무지식에 대한 전문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일본이 이같은 개혁안을 내놓게 된 것은 기업 회계기준은 자꾸 새로워지는데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회계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는 최장 7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감사인을 바꾸도록 했다. 감사대상 기업과의 유착을 막기 위한 것이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수도 현재의 두배 수준인 연간 1천5백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기업 공개가 늘어나면서 공인회계사가 부족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올해 우리나라의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은 5백50명이다.

이밖에 변호사.부동산감정사 등 전문가들에게도 회계법인의 사원자격을 확대하는 한편 표준감사보수제도를 폐지해 감사 일수(日數)와 요금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공인회계사심사회는 여론수렴 등을 거쳐 가능한 것들은 일단 올해부터 업계 자율로 시행하되 내년 국회에서 공인회계사법을 개정해 이같은 내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 미국, 회계감사와 컨설팅 분리〓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회계법인의 업무영역이 각종 컨설팅 업무로 확장되면서 컨설팅 계약을 따기 위해 회계감사를 '봐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SEC는 이에 따라 ▶피감사 회사를 대신해 장부를 기장해 주는 행위▶재무제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만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 컨설팅▶감정업무와 법률.인사 컨설팅 등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 한국, 사회 분위기부터 바꿔야〓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은 일본의 회계제도 개혁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엄한 회계감사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기업 오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소액주주 등 외부인도 엄정한 감사결과보다 그저 '이익이 많이 난' 재무제표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사를 철저히 하는 공인회계사는 시장에서 오히려 퇴출될 위기에 몰리는 등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쫓아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金원장은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동업자단체인 공인회계사회부터 내부규율을 강화하고▶기업 오너들이 감사인 선임을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외부감사인 선임위원회나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인회계사가 피감사회사의 주식(지분 1% 이내) 보유를 허용하는 현행 제도도 감사인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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