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 무리수 ‘만점자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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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능 가채점 결과 영역별 난이도가 들쭉날쭉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추진한 ‘수능·EBS 연계, 만점자 1%’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수능을 통해 만점자 비율 맞추기는 어렵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해부터 수능을 EBS 교재에서 70% 연계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수능 만점자 비율이 언어 0.06%, 수리가(자연계) 0.02%에 그칠 정도로 어려워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교과부는 올 2월 ‘만점자 1%’를 들고 나왔다. 이 장관도 “만점자 1%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월 모의수능 때 언어·수리 만점자를 2~3%로 쉽게 낸 데 이어 9월 모의수능도 만점자 1.5~1.9%로 냈다. 정작 수능에서는 언어·수리가(0.2~0.4%)는 어렵고, 외국어(3%)는 과도하게 쉬울 것으로 예측됐다. 수능 난이도를 비율까지 정해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 장관이 허언(虛言)을 해 수험생만 골탕을 먹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도한 ‘물수능’이 우려되던 올해 수능은 언어·수리가에서는 상위권 변별력이 확보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수능이 변별력 확보에선 괜찮다는 반응도 있으니 ‘수능을 쉽게 내겠다’는 정도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 내에선 ‘누가 실패에 책임을 질 거냐’는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라고 전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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