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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왜곡, 계속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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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모 재단이 평가한 사회적 책임(CSR) 지수 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만큼 그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의 활동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S전자의 경우 지난해 9조원의 순익을 올린 데 이어 올 4분기 영업이익이 무려 5조1000억원이 예상되고 있고, 그에 따른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도 커서 이번 사회적 책임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전력노동자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가 않다. 전력생산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국제 발전연료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요동치면서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발전연료비가 두세 배 뛸 동안 물가안정을 이유로 사실상 동결한 전기요금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의 적자 규모는 2조원, 비정상적인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한 국내 10대 기업에 대한 지원 금액은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한전의 부채 규모는 2007년 21조6000억원에서 2011년 6월 현재 46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국은 물가를 이유로 전기요금 왜곡을 바로잡는 것을 미루고 있지만 이는 후손에게 빚을 전가하는 것이다. 한전 부실화를 초래해 장기적으로는 국민 전체가 부담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기업이윤의 일부가 사실상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왜곡된 현상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현재 정부가 이를 바로잡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보다는 에너지 과소비를 통해 얻는 생산량 증가에만 관심을 보인다. 농촌의 비닐하우스에는 연탄난로와 기름보일러가 사라지고 있고, 이를 대부분 전기온풍기가 대체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에너지 낭비이고 외화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15일 발생한 대규모 순환정전의 직접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전기요금 구조라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 또한 이견이 없었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전기 소비량이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9·15 순환정전과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또다시 발생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개별 가정에서 전기절약을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부하 조절은 불가능할 것이고, 국민의 문화생활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과거의 과다한 누진요금제의 적용으로 국민의 피해와 불만은 가중될 것이다.

 전체 전기소비 중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4.7%인 반면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주택용은 14%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기 과소비를 조장하는 전기요금의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9·15 순환정전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 한전 분할 문제도 검토해 한전 재통합의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